9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치러진 2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FP 연합뉴스
노골적이고 저속한 ‘음담패설’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반대 세력에 대한 특유의 무차별 막말을 퍼부으며 반격을 시도했다. 민주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자신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공화당 내 유력 정치인들까지도 ‘위선자’라며 싸잡아 비난했다. 반면,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와 갈수록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의 제2차 텔레비전 토론을 앞둔 9일 아침 트위터에 “수많은 독선적인 위선자들. 그들의 지지율을 보라, 그리고 선거들을. 하락!”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티브이 토론이 열리기 직전에도 트위터에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물고 늘어지며 물타기에 전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빌 클린턴보다 더 여성에 폭력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 ‘발언’은 불행한 일이지만 클린턴의 ‘행동’은 훨씬 더 나빴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나의 탈의실 발언이 자랑스럽진 않다. 하지만 세상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많다. 우리는 진지한 리더가 필요하다”며 화제를 돌리려 애썼다.
그러나 트럼프의 ‘탈의실 발언’ 파문 이후 공화당 내부에선 아직까지 ‘트럼프 지지 철회’를 표명하지 않고 관망하던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 더욱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미국 공화당의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 철회를 측근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10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라이언 의장은 대선 후보 2차 티브이 토론 다음날인 10일 오전 공화당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으나 당 차원의 공식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공화당이 자신의 손으로 뽑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더 감당하기 힘든 정치적 후폭풍에 휩싸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공화당) 의원 모두 같은 딜레마에 처했다고 본다. 어떻게 의미있는 방식으로 불쾌감을 표현할지, 어떻게 (대선과 동시에 열리는 상·하원 의원선거에서) 힘든 경쟁을 벌이는 동료들을 도울지, 어떻게 재앙 이후의 당을 재건할지 등을 놓고 모두가 씨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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