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대선 후보 2차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앞)가 발언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뒤에서 듣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FP 연합뉴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폴리시>(FP)가 9일(현지시각)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포린 어페어스>와 함께 미국 외교·안보 담론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포린 폴리시는 이날 홈페이지에 ‘편집위원회’ 명의로 “힐러리 클린턴을 미국 대통령으로”라는 제목의 지지 선언을 올렸다. 포린 폴리시가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것은 1970년 창간 이후 처음이다.
포린 폴리시는 먼저 “반세기에 가까운 포린 폴리시의 역사에서 편집자들은 한 번도 대선 후보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포린 폴리시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치열하게 지키며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독자와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잡지는 이어 “바로 그런 이유로 이제 전통을 깨고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리 독자들은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현안들에 대한 통찰과 분석을 우리 잡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미국에 끼칠 위협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주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느낀다”는 게 구체적인 이유다.
<포린 폴리시>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은 미국이 당면한 최대의 위협들 중 하나이며,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로서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주요 정당 대선 후보이다”라고 혹평했다. 반면 “다행히도, 트럼프의 상대는 외교안보 문제들과 관련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낳은 대통령 최적임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의심할 나위 없이 이 나라를 이끄는데 잘 준비된 자질 있는 후보”라고도 했다. 클린턴이 트럼프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좋은 후보라고 인정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미국 유일의 전국 일간지 <유에스에이(USA) 투데이>가 “창간 후 34년 역사상 대선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든 적이 없으나 이제 그 일을 하려 한다”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는 데 만장일치를 이뤘다”고 선언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대통령직에 부적합”하고 “위험한 선동가”인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촉구해, 사실상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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