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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대선 결과 불복 시사…“그때 가서 말하겠다”

등록 2016-10-20 17:11수정 2016-10-20 21:45

지지층 결집 겨냥 “애태우게 할 것” 발언도
대통령선거 이후 정치적 영향력 확보 노려
19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열린 대선 후보간 3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열린 대선 후보간 3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9일(현지시각) 열린 대통령 후보간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에서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날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과 관련해 대선 결과 승복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때 가서 말하겠다”며 “애를 태우게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결과에 승복한다고 말하기를 두 차례나 거부했다.

미국의 주요 정당 대선 후보가 공개적인 자리, 특히 대선 후보 토론에서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이 말을 이날 토론의 하이라이트로 보도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가장 오랜 전통에 대한 도전”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사회자인 <폭스 뉴스>의 앵커 크리스 월러스가 “이번 대선의 승자가 트럼프가 아니어도 지지한다는 러닝메이트 마이크 펜스와 (트럼프의 딸) 이방카를 따를 것이냐”고 물었다. 트럼프는 질문에 이의를 제기하다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국무장관 시절 부적절한 개인 이메일 사용을 거론하며 클린턴의 출마는 자신을 반대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클린턴의 출마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선거는 조작됐다”고 말하자, 사회자는 직접적으로 대선 결과에 승복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가 “그때 가서 말하겠다”고 답변해, 토론의 최고 논란이 됐다. 사회자가 ‘대선이 끝나면 미국은 다시 하나가 돼야 하는데 여기에 반대하느냐'고 거듭 질문했으나, 트럼프는 또다시 “그때 가서 말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9월26일 열린 첫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는 “클린턴이 승리한다면, 나는 절대적으로 그를 지지할 것이다”며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명백히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주부터 이번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는 지난 15일 메인주 뱅고르에서 연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힐러리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고 거짓 주장과 명백한 거짓말을 퍼뜨리는 부패한 언론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저지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가 선거 불복까지 내비친 것은, 선거 판세가 명백하게 자신에게 불리하게 기울자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보인다.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 중 거의 유일하게 최근까지도 트럼프가 우세하다고 평가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지난 7일 여론조사도 두 후보의 지지율이 사실상 동률이 됐다고 했다. 특히, 이 여론조사는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 클린턴 57%, 트럼프 37.5%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를 시행한 쪽은 트럼프 지지층들도 클린턴의 승리를 믿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여론조사 실시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트럼프 지지층 중 대학 졸업자와 고소득층이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선 불복을 시사하는 또 다른 배경은 그의 적극적 지지층 때문이다. 이들은 애초 미국 기성 사회가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낙선은 그 결과라고 주장해왔다.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트럼프로서는 적극 지지층의 정서에 영합하는 것 말고 별다른 선택이 없다.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대선 이후를 노리는 트럼프의 포석이라고도 해석한다. 적극 지지층을 계속 결집해 정치적 지분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패배할 경우 공화당으로서는 트럼프 지지층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관건이다. 트럼프 지지층은 공화당 탈당이나 새로운 정당 창당 등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선거 불복 시사가 지지율 반등보다는 오히려 부동층의 이탈을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정치평론가들은 본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이를 시사한 것은 “계속 애를 태우게 할 것이다”고 말한데서 보듯, 선거 이후에도 자신의 지지층에 대한 영향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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