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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웃자고 초대한 자리서 죽자고 달려든 클린턴-트럼프

등록 2016-10-21 13:34수정 2016-10-21 22:05

‘앨프리드 스미스 기념재단’ 자선모금 행사서
대선 직전 가벼운 농담 주고받는 관례와 달리
이민자 정책·이메일 스캔들 등 거론 상대방 공격
20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앨프리드 스미스 기념재단 주최 자선 행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공화당 대선 후보가 한 자리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앨프리드 스미스 기념재단 주최 자선 행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공화당 대선 후보가 한 자리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 후보간 3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서로를 향해 ‘추찹하고’, ‘위험하다’고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하루만에 다시 만났다. 후보자 사이에서 부드러운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이 전통인 자선 모금행사에서 두 후보는 전날에 이어 ‘살벌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20일(현지시각) 저녁, 트럼프와 클린턴은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앨프리드 스미스 기념재단’이 개최하는 자선행사에 참석했다.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1928년 천주교도로서는 처음으로 대선 후보로 나선 앨프리드 스미스 전 뉴욕 주지사를 기리기 위한 행사로, 여기서 얻은 기부금은 가톨릭 재단에 기부된다. 과거 대선 후보들은 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이 행사에서 서로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번 행사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은 그 어느 때보다도 험악한 선거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만찬장의 한 가운데, 티모시 돌런 추기경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앉은 두 후보는 시선을 회피하며 가벼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후보자들을 소개하기 위해 먼저 자리에 나선 앨프리드 스미스 재단 회장은 먼저 연설에 나설 트럼프를 소개하며 “만찬이 시작되기 전에, 트럼프가 먼저 힐러리에게 다가가 안부 인사를 전했습니다. 힐러리는 말했죠. ‘난 괜찮으니, 얼른 탈의실에서 나가주시죠’라고요”라는 농담을 던져 참석자들을 웃겼다. 이는 과거 트럼프가 미인대회를 주최했을 당시 여성 출연자들의 탈의실을 드나든 것을 비꼰 것이다. 스미스 회장은 이어 트럼프의 선거 조작 주장을 암시하듯 “동전을 어떻게 던지든, 다음 후보자는 순서가 조작되었을 것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트럼프를 소개했다.

연단에 나선 트럼프는 바로 클린턴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주요 인사들과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도 그걸 대가로 돈을 받지 않은 첫번째 행사인 것 같네요”라고 말하며, 클린턴 재단 문제를 언급했다. 트럼프는 이어 “지난밤 나는 힐러리에게 ‘추잡한 여자’라고 말했는데, 이는 매우 상대적인 발언입니다. (선거 내내) 힐러리가 계속 떠벌리는 걸 들으면서, 심지어 로지 오도넬이 더 좋아지기까지 했어요”라고 말했다. 로지 오도넬은 과거 트럼프가 뚱뚱하고 게으름뱅이라고 욕했던 미국의 유명 여성 코미디언이다. 트럼프는 농담조로 말했지만, 객석에서는 야유가 흘러나왔다.

트럼프는 이어 클린턴 캠프에서 매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며, “바로 <엔비시>(NBC), <시엔엔>(CNN), <에이비시>(ABC), <뉴욕 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그들이죠”라고 말했다. 그간 주요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편파적인 보도를 한다고 비난했던 것을 다시 한번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위키리크스를 통해 많이 배운다”, “클린턴은 이메일과 관련된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에서 39번이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힐러리는 워터게이트 위원회를 발로 차버릴 정도로 부패했다”는 발언을 하며 위키리크스 문서 폭로, 이메일 스캔들, 화이트워터 사건 등을 언급했다.

20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알프레드 스미스 기념재단 주최 자선 행사가 끝난 뒤 힐러리 클린턴(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알프레드 스미스 기념재단 주최 자선 행사가 끝난 뒤 힐러리 클린턴(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트럼프는 아내인 멜라니아의 연설 표절 논란도 언급하며 ‘셀프 디스’도 선보였다. 트럼프는 “미셸 오바마의 연설은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데, 왜 내 아내가 똑같이 했던 연설은 사람들이 안 좋아하는 걸까요?”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트럼프는 “아마도 오늘 집에 가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네요”라고 말하며 멜라니아를 향해 “나 괜찮아?”라고 묻기도 했다.

트럼프의 연설이 끝나고 연단에 오른 클린턴은 트럼프의 발언에 강하게 응수했다. “보통 연설비로 돈을 엄청 청구하는데, 오늘은 공짜로 하니 좀 감사하셔야 할 것 같다”며 역시 ‘셀프 디스’로 연설을 시작한 클린턴은 “오늘 도널드와 이 곳에 함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마 도널드 역시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동의한 것 같아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트럼프의 선거 조작 주장을 비꼰 것이다.

클린턴은 이어 자유의 여신상을 언급하며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에 도착한 이민자들을 환영하는 상징적인 존재인데, 트럼프는 마치 4점 점수로 매길 것”이라며 트럼프의 여성 비하를 꼬집었다. 클린턴은 이어 “트럼프는 토론 전에 약물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제가 복용한 약물은 바로 ‘준비’라는 약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참석자 가운데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클린턴은 “누가 선거에서 이기든, 결과는 매우 역사적일 것”이라며 “첫번째 여성 대통령이거나, 혹은 첫번째로 트위터 전쟁을 시작한 대통령이겠죠”라고 말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발언 중간 중간 웃거나 옆에 앉은 돌런 추기경과 대화를 나눴지만, 트럼프는 팔짱을 끼고 굳은 표정으로 클린턴의 발언을 듣거나 옅은 미소만 내보였다.

뼈 있는 농담이나 노골적인 비난과는 달리, 두 후보는 이날 연설이 끝난 뒤 악수를 나눴다. 이들은 지난 19일 3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는 악수조차 하지 않았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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