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결승선을 향해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다. ‘플로리다 아틀랜틱 대학’ 정치학과의 케빈 와그너 교수 겸 대학원 주임을 18일(현지시각) 연구실에서 만나 최근 판세와 전망 등에 대해 물었다. 와그너 교수는 <뉴욕 타임스>와 <엔비시>(NBC) 방송 등에서 정치분석가로 자주 등장한다. 그는 이번 대선의 분기점이 “1차 텔레비전 토론이었다”며, 전반적으로 이번 대선이 “정말 추잡하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트럼프의 여러 ‘스캔들’이 터지면서 민주당이 운이 좋았다.(웃음) 사실, 당내 경선 과정과 본선은 상대하는 청중이 완전히 다르다. 당내 경선은 유권자 집단이 작다. 게다가 사람들이 사무실을 알아서 능동적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본선에선 유권자층을 확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후보가 부동층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메시지 전달을 포함해 그런 선거운동을 잘하지 못했다.”
-본선 과정에서 승부의 분기점이라고 할만한 사건을 꼽는다면?
“대다수 사람들은 아마도 (트럼프의 성폭행 시도 및 음담패설 내용이 담긴) ‘비디오 폭로’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꼭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트럼프는 (9월26일) 1차 텔레비전 토론 전에는 몇주 동안 꽤 괜찮았다. 하지만, 1차 토론과 토론에서 언급됐던 미스 유니버스 알리시아 마차도를 비하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가파른 하락의 신호가 됐던 것 같다. 비디오 사건은 트럼프에게 결코 좋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강화시켜준 정도로 보인다.”
‘플로리다 아틀랜틱 대학’ 정치학과 케빈 와그너 교수
-아직 대선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를 평가한다면?
“정말 추악하고 추잡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 역사에서 선거운동은 대체로 거칠었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개인적 문제, 기질, 진실성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번 선거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어떤 후보한테 더 책임이 있다고 보는가?
“안타깝게도, 두 후보 모두라고 할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재직 시의 문제(이메일 스캔들 등)를 안고 있다. 그리고 정직하거나 솔직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사람들을 대할 때 너무 공격적이었다. 공화당 쪽 인사들한테까지도 말이다. 그러다보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어느 쪽이 특별히 더 비난받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분열을 깊어지게 만드는 (승자독식제 등) 정치체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 쪽으로 쏠리고 있는가?
“여론조사를 보면, 클린턴이 2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 쿠바계가 흥미롭다. 쿠바계는 역사적으로 공화당 쪽이었다. 그런데 1세대들은 아주 공화당 성향이 짙은 반면, 2세대나 3세대는 그 정도는 아니다. 다소 무당파적이거나, 어떤 때는 민주당 성향을 보인다. 그런데 히스패닉은 투표율이 높지 않다.”
-히스패닉층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쪽이었나?
“조지 부시 대통령은 히스패닉 유권자들한테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히스패닉 유권자를 끌어오지 못했다. 미국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후보들은 흑인이나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등에 더 잘 다가가야 한다.”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는가?
“물론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 두 후보의 전국 지지율 격차는 크지만, 많은 경합주에선 격차가 2~3%포인트 안팎이다. 정치에서 일주일이면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긴 시간이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10월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가 선거에서 거의 승리한다.”
보카 러톤(플로리다)/글 사진 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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