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45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역전패를 당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9일(현지시각) 오전 뉴욕 맨해튼의 뉴요커 호텔에서 선거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호텔을 떠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총 득표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도 선거인단에서는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표)를 얻고도 선거에는 패한 사례는 2000년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이후 16년 만이다.
9일(현지시각, 개표율 92%) 밤 11시 현재, 5991만여표를 얻은 클린턴의 득표율은 47.7%로 5969만여표를 얻은 도널드 트럼프(47.5%)를 0.2%포인트(22만표) 차이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전체 538명 중 과반을 넘는 290명에 이른 데 반해, 클린턴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232명에 불과하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유권자들의 투표 수를 단순집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주에서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에게 인구비례로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를 택하고 있고, 이렇게 선출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간선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 경합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하고 텃밭에서 큰 표차로 이길 경우 다득표자와 최종 승자가 바뀔 여지가 많다. 이번 선거에서도 클린턴은 펜실베이니아(20), 플로리다(29), 노스캐롤라이나(15) 등 꽤 많은 선거인단이 할당된 중대형 경합주에서 각각 1.2%포인트, 1.3%포인트, 3.8%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지면서 각 주에 걸린 선거인단을 모두 트럼프에게 내줬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던 오대호 주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역)인 위스콘신(10), 아이오와(6), 오하이오(18), 미시간(16) 등에서 트럼프가 1~9%포인트 차이로 앞서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클린턴은 다만 민주당 텃밭이자 인구가 많은 뉴욕(55)과 캘리포니아(29) 등에서 큰 표차의 승리를 거뒀을 뿐이다.
2000년 대선 당시에도 앨 고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국 득표율에서 48.4%를 얻어, 47.9%를 얻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0.5%포인트(53.7만표)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승부처였던 플로리다에서 537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지는 바람에 전체 선거인단 확보에서 266 대 271로 패해 꿈을 접은 바 있다.
‘다득표자’와 ‘최종 승자’가 다른 것을 두고 대통령 간선제가 전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주장이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연방국가인 미국에서는 각 주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간선제를 채택하도록 연방헌법 2조 1항에 명시하고 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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