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재러드 쿠슈너와 이방카 트럼프 부부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면서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비선 실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35)가 정권 인수위에 들어가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이로 인해 쿠슈너는 민주당으로부터 ‘트럼프 공격’의 핵심 포인트가 되고 있다.
16일 미국 <엔비시>(NBC) 등은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고되는 국가기밀 정보 ‘일일 브리핑’을 쿠슈너도 받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엘라이자 커밍스 민주당 의원이 트럼프 쪽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정권 인수위에서) 쿠슈너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쿠슈너가 일일 브리핑을 앞으로 들을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는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의 남편으로, 트럼프의 ‘눈과 귀’로 통하는 최측근이다. 트럼프의 온라인 선거운동을 조직하고 연설문을 손보는 등 선거운동 기간 핵심적 구실을 했다. 스타일만 보면, 쿠슈너는 트럼프와는 딴판이다. 대중에게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장인과 달리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어하지 않는 조용한 인물이다.
하지만 사업적 측면에선 장인과 비슷한 데가 많다. 트럼프가 뉴욕 유명 부동산 개발업자의 아들이었던 것처럼 쿠슈너도 뉴저지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버드대 재학 당시부터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에게 돈을 빌려 학교 주변 주택에 투자하는 등 일찍부터 사업가적 면모를 보였다. 26살이던 2007년에는 보석가게들이 몰려있는, 뉴욕에서도 가장 화려한 5번가에 있는 빌딩을 18억달러를 주고 샀는데, 매수 대금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했을 만큼 투자에 과감했다. 아버지 찰스가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증인 회유 등의 혐의로 2004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탓에 20대 초반 이른 나이에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쿠슈너는 2006년 25살 때 잡지 <옵저버>를 인수해 일찌감치 언론사주도 됐다. 쿠슈너는 유대인으로, 이방카는 결혼 직전 유대교로 개종했으며 아이들도 모두 정통 유대교인으로 키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쿠슈너와 이방카는 트럼프가 반유대주의로 기울지 않도록 자주 조언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의회는 1967년 친족등용금지법을 제정해 대통령이 사위를 포함한 친인척을 각료나 정부 공식 직책에 임명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법이 백악관 고문 같은 직책을 맡는 것도 금지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쿠슈너는 백악관에서 공식적으로 직책을 맡거나, 아니면 백악관 밖에서 비공식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 두 가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악관 직책을 맡더라도, 장인 트럼프처럼 그 역시 급여를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슈너가 트럼프 인수위 내에서 “칼부림에 가까운 내분”을 일으키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트럼프 인수위원장에서 최근 부위원장으로 밀려나고, 크리스티의 측근으로 꼽혔던 안보 담당 마이크 로저스가 인수위에서 떠나는 등 크리스티파가 인수위에서 일제히 밀려나고 있다. 크리스티는 2004년 쿠슈너의 아버지인 찰스를 기소했던 검사다. 쿠슈너의 ‘뒤끝’ 때문이라는 분석이 미 언론들을 통해 계속 나오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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