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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힐러리 클린턴, 대선 패배 뒤 첫 ‘눈물의 연설’

등록 2016-11-17 17:02수정 2016-11-17 17:11

어린이기금 연설 “깊은 실망…오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리의 가치 믿고 싸우자, 포기하지 말자” 당부
어머니 떠올리며 자신 추슬러…향후 계획은 아직
16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뒤 첫 공개석상에 나온 어린이보호기금 강연장에서 연설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16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뒤 첫 공개석상에 나온 어린이보호기금 강연장에서 연설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이 지지자들로부터 ‘상심하지 말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눈물로 돌아왔다.”

미국 <뉴욕 타임스>가 16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선 패배 후 첫 대중연설을 전한 기사의 첫 문장이다. 클린턴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어린이보호기금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 “오늘 밤 여기 오는 게 쉽지 않았다는 걸 고백하겠다”는 말로 어렵게 입을 뗐다.

클린턴은 먼저 “여러분들이 대선 결과에 깊게 실망했다는 걸 알고 있다. 나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렇다”며 고통스런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 일주일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한 미국이 어떤 나라였는지’ 자문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밝힌 뒤 “우리나라를 믿고, 우리의 가치를 위해 싸우자, 결코 포기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클린턴의 이날 연설에는 아쉬움과 회한이 진하게 묻어났으며, 목소리는 촉촉하게 떨렸다. 그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저를 보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당신은 잘 견뎌낼 거예요. 당신은 가정을 꾸리고, 세 자녀를 키우며,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딸이 자라서 미국의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이 될 거고, 대선에 출마해 6200만표도 넘게 얻을 겁니다.” 자신을 딸로, 어머니를 자신으로 가정해, 자기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다.

지난 2011년 93살로 세상을 떠난 클린턴의 친모 도로시 로덤은 8살때 부모가 이혼한 뒤 조부모 손에서 자라다가 14살때 가정부 자리를 얻어 독립했다. 도로시는 어려운 환경에서 외동딸 클린턴을 포함해 3남매를 키워내면서도 강인함과 독립심으로 자수성가한 여성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여러 차례 자신의 친모에 대한 존경심을 밝힌 바 있다. 클린턴이 이혼에 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변호사 시절엔 이날 연설을 한 어린이보호기금에서 일하는 등 어린이 돌봄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개인의 가족사가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어린이보호기금 행사에 참석해, 자신이 한때 일했던 이 단체의 메리언 라이트 에델만 창립자 겸 대표와 반갑게 껴안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어린이보호기금 행사에 참석해, 자신이 한때 일했던 이 단체의 메리언 라이트 에델만 창립자 겸 대표와 반갑게 껴안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클린턴은 이날 연설에서도 “어떤 사회를 평가하는 것은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는지, 불확실한 미래로 향하는 여러 갈래 길에서 어떻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것이 미국와 우리 자신을 테스트하는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아이든 자신이 라티노, 아프리칸 아메리칸, 무슬림, 또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학교 가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그러나 앞으로 자신의 활동 계획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이미 국무장관을 역심하고 대통령 선거에까지 나섰던 만큼,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오히려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클린턴은 이날 연설 앞부분에서 “지난 주에는 ‘내가 바라는 것이라곤 좋은 책에 파묻히거나 애완견들과 뒹굴거릴 뿐 다시는 집밖을 나서지 않는거야’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가 언제 어떤 일로 공개적인 활동을 재개할지 알게 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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