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 한국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만난 사진을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공개했다. 한-미 동맹, 북핵 문제 등을 협의했다. 왼쪽부터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김용우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신경수 주미대사관 무관. 연합뉴스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들로 구성된 ‘트럼프 사절단’이 방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 관계자 등을 16일(현지시각)부터 만나고 19일 한국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한 한국의 외교전략을 짜기 위한 대응인지, 한국 언론에 보여주기 위한 대응인지 헷갈린다.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고위 실무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16일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과의 면담 시간 일정이 확정돼, 휴대전화를 통해 호텔에 머물던 대표단에게 문자로 전달됐다.
방미의 실질적인 내용을 봐도, 양쪽의 논의가 아니라 한국 정부 입장만 설명하는 데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조태용 1차장은 방미 성과를 설명하면서 플린 내정자가 한-미 동맹을 “‘핵심적 동맹’(vital alliance)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미국 대선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의 한-미 동맹 문제가 불거진 것은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 비용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 차장은 분담금 문제는 플린과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점점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조 차장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 등도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까지 포함된 정부 대표단이 1시간 동안 플린 내정자를 만나면서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안보 현안 관련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 정책을 설명하는 것이 대표단 임무의 절반이라면, 향후 외교전략 수립을 위한 토대로 상대방의 의중을 탐문하는 것이 나머지 임무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직책 중의 하나인 국무장관은 아직 내정도 되지 않았고, 유력한 후보들이 계속 바뀌고 있다.
내용만 있다면 정부가 언론에 홍보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준비팀이 경황이 없어 실속 있는 논의를 하기 어렵고 인선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면담 일정도 제대로 확정하지 않은 정부 대표단의 갑작스런 방미는 뜨악하게 만든다. ‘5% 지지율’ 박근혜 정부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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