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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대만 총통과 통화…미-중 관계 폭탄

등록 2016-12-04 17:05수정 2016-12-04 21:56

미-중 국교수립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 훼손?
전통 외교문법 무시…초강경 외교안보 참모 영향?
중국 지정학적 견제·봉쇄 전략 시동?
중국과 경제협상 앞둔 성동격서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지난 2일 미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대만과 국교를 끊은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미-중 관계에 뜻밖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워싱턴 타이베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지난 2일 미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대만과 국교를 끊은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미-중 관계에 뜻밖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워싱턴 타이베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대만과의 단교 이후 미국 대통령 혹은 당선자 신분으로는 37년 만에 처음이다. 미-중 수교 이후 고수해온 ‘하나의 중국’이라는 근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미-중 관계에 ‘메가톤급 폭탄’을 터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자 인수위원회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통화 사실을 공개한 뒤 “두 사람은 경제적·정치적·안보적 유대가 두 국가 사이에 존재함을 주목했다. 트럼프는 차이잉원이 총통 된 것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은 미-중 관계의 기본 주춧돌이다. 1971년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의 극비 방문에 이은 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발표한 ‘상하이 코뮈니케’는 미 정부가 ‘하나의 중국’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기반으로 한 양국관계 정상화 로드맵이었다. 실제 79년 미-중 수교 이후 지미 카터 대통령은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89년 천안문 사태 등으로 미-중 관계가 출렁일 때도 미국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손대지 않았다. 심지어 네오콘들이 포진했던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년 미국 EP-3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 이후, 되레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대만 문제는 더욱 건드리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위해 대만을 지렛대로 활용하진 않았다. 대만이 지정학적으로 중국 옆구리를 겨누는 요충지인데다, 중국 내부 정치적으로도 미국이 언급해선 안 될 ‘레드라인’(금지선)이란 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역대 미 행정부의 대대만 정책은 방어적 무기를 판매하는 정도의 현상유지 정책이 기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지난달 대선 당선 이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 사령관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매티스를 국방장관으로 내정해 미-중 관계에 냉기류가 점쳐진다.  베드민스터/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지난달 대선 당선 이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 사령관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매티스를 국방장관으로 내정해 미-중 관계에 냉기류가 점쳐진다. 베드민스터/AP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자 쪽이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적다. 켈리앤 콘웨이 인수위 대변인도 <시엔엔>(CNN) 방송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현재 이뤄지는 (대만과 미국의 관계) 문제에 대해 충분히 보고받으며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 외교문법을 무시하며 중국과의 긴장을 무릅쓰고 ‘선제공격’을 시도한 트럼프 쪽 의도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중국에 강경한 입장인 외교안보 참모들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마이클 플린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중국·북한이 ‘반서방’ 동맹을 맺고 있다는 근본주의적 시각을 지닌 인물이다. 국방장관으로 사실상 내정된 제임스 매티스도 중국의 공격적 행보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쪽이 중국의 부상을 지정학적으로 견제 혹은 봉쇄하겠다는 계산된 전략 속에서 ‘어퍼컷’을 날렸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하면서 “총리는 굉장한 사람, 파키스탄 국민은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라며 수사적으론 상당히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쪽이 중국 견제 혹은 봉쇄를 고려한다면 인도를 끌어안아야 하고, 따라서 인도와 앙숙 관계인 파키스탄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트럼프가 유세 과정에서 ‘중국에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거나 “중국은 환율조작국”이라며 미-중 관계의 경제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온 점에 비춰볼 때, 앞으로 중국과의 경제협상에 대비한 성동격서 전략일 수도 있다. 속내는 경제적 실익을 취하는 것이지만, 겉으론 중국의 약한 안보 고리를 건드려 기선제압을 하는 식이다. 트럼프는 유세기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속내를 감추는 이런 식의 협상 전략을 종종 자랑한 바 있다.

복잡한 계산 없이 대만에 무기를 더 팔기 위한 단순한 욕심이었을 수도 있다. 트럼프 쪽은 부인했지만, 트럼프 기업 관계자가 최근 대만을 방문했으며 고급호텔을 지을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의 사드 시험발사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의 사드 시험발사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어쨌든 후폭풍은 상당히 클 수 있다. 미국의 이번 기습공격에 대한 중국의 공식 반응은 예상보다 격렬하진 않았지만, 뒤통수를 맞은 중국은 꽤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전략적 불신이 커지면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대만의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대응 준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한반도에선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중국의 분위기가 더 고조될 수 있다. 이 경우,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얻기는 더 어려워진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나 한-미-일 군사협력에도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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