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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성탄 선물은 복수하기?…트럼프 당선 뒤 진보단체 기부금 봇물

등록 2016-12-26 16:55수정 2016-12-26 21:41

힐러리 클린턴 낙선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들
여성·이민·시민권 등 진보 가치에 지갑 열어
트럼프 지지자 이름으로 민주당 후원금까지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의 누리집 첫 화면 맨 위에 올해 말까지 진행하는 기부금 모금 캠페인을 홍보하는 안내문이 표시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사진 옆에 ‘법정에서 봅시다’라고 쓰인 문구가 눈길을 끈다.  ACLU 누리집 갈무리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의 누리집 첫 화면 맨 위에 올해 말까지 진행하는 기부금 모금 캠페인을 홍보하는 안내문이 표시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사진 옆에 ‘법정에서 봅시다’라고 쓰인 문구가 눈길을 끈다. ACLU 누리집 갈무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뒤 첫 연말 기부시즌을 맞은 요즘, 미국에선 진보적 비영리단체들이 때아닌 기부금 활황을 맞고 있다.

최근 뉴욕에선 한 남성이 여성의 공직 선출 지원단체에 기부하는 수표에 흔쾌히 ‘1만달러’(약 1200만원)라는 거액을 적어 냈다. 그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25일 전했다. 다른 이는 이주민 권리 단체에 현금이 가득한 보따리를 건넸다. 지역사회 시민 회원들에게서 모금한 기부금을 그대로 가져왔다.

메인주의 시민단체 ‘이민에 대한 법적 옹호 프로젝트’의 로레타 프레스콧 개발 책임자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대신 자신들의 신념에 따른 기부를 하고 있다”며 “으레 연말은 기부금 시즌이지만 특히 올해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여성의 피임과 임신중절 권리를 옹호하는 ‘가족계획연맹’은 지난달 대선 이후 6주 사이 30만건의 기부를 받았다. 이는 예년보다 40배나 많은 수치다. 기부자의 절반은 백만장자 부호들이다. 이들 중 70%는 이전에 한 번도 이 단체에 기부한 적이 없었다.

미국 여성권리 단체인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회원들이 여성의 출산 조절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족계획연맹 누리집 갈무리
미국 여성권리 단체인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회원들이 여성의 출산 조절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족계획연맹 누리집 갈무리
무려 8만2000여명이 후원자 이름을 자신이 아닌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로 쓴 것도 흥미롭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러닝메이트인 펜스는 낙태, 동성결혼, 남녀임금평등법, 이민자 포용 등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름으로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신장에 기부금을 내는 행위 자체가 강력한 저항과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미국 최대의 시민권 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도 대선 다음날 접속자가 7000%나 폭증하면서 웹사이트가 마비됐다. 지금까지 기부금이 온라인에서만 30만건 2300만달러(약 276억원)에 이른다.

힐러리 클린턴의 낙선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에 투표한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복수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는 진풍경도 이어졌다고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진보적 자선단체 기부 약정서를 예쁘게 포장한 상자에 담아 선물하거나, 그들의 이름으로 인권단체 기부금과 민주당 정치후원금까지 내는 방식이다. 뉴욕에서 의류점을 하는 존 테레스카는 “트럼프에 투표한 큰형의 이름으로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기부해 그의 의표를 찌르겠다”며, 재미있다는 듯 “이건 복수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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