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둘째)이 27일(현지시각) 백악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폭스 뉴스>에 출연해 중국이 북한에 ‘추가 핵실험을 하면 자체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언제 이런 경고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북-미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27일(현지시각)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엔피아르>(NPR)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의향이 있는가? 그게 목표인가?’라는 질문에 “분명히 그것(북-미 대화)은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그러나 북한은 ‘올바른 의제’에 대해 우리와 논의할 준비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올바른 의제는 단순히 (핵 개발을)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멈췄다가 재개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의제가 그랬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을 의제로 삼는다면 북-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포스트>도 북-미 직접 대화의 조건들이 경제적 혜택과 북한 핵 프로그램 동결을 교환하는 게 아니라, 북한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분명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전 미국 행정부들은 북-미 직접 대화보다는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한과의 다자 대화를 선호해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국무·국방·국가정보국장 등 외교안보 수장 3인 명의로 합동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위해 경제·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 대북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장관이 직접 내놓은 발언이어서 더욱 무게가 실려 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 쪽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이유가 현 체제 유지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믿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들한테 ‘정권 유지를 위해서 무기를 보유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북한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반도의 급속한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점을 납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미국과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북한에 ‘추가 핵실험을 하면 독자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추가 핵실험을 하면 자체적인 제재들을 가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중국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언제 북한에 이런 경고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틸러슨 장관은 28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특별회의를 주재한다. 안보리 상임·비상임 이사국 외무장관들이 참석하는 이 자리에서 대북 압박 조처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 현재의 태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대북 압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다음 조처들이 무엇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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