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 8일 상원 법사위 소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것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의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낸 제임스 클래퍼 전 국장은 14일 <시엔엔>(CNN)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제도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외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우리의 제도가 공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적으로 우리 선거 체계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은 큰 뉴스이고, 마찬가지로 우리 제도는 내적으로도 공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내적이라는 말은 대통령의 공격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바로 그렇다”고 말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3권(입법·행정·사법) 분립 제도와, 견제와 균형 체계를 만들어놨다. 그것이 공격을 받고 있고, 무너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공모에 관한) 증거는 없다”고 이전에 상원 청문회에서 말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마치 무죄를 입증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공모, 정치적 공모가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에 관한 증거도 알지 못한다. 나는 그것을 반박할 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다”고 했다. 자신은 연방수사국의 수사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것이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기자 중 한 명인 칼 번스틴도 이날 <시엔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어쩌면 워터게이트보다 위험한 상황이고, 우리는 매우 위험한 순간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냐면,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이 대선 기간에 자유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훼손하려는 적대적인 외국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사실을 모른다”면서도 “미국의 대통령이 우리가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연방수사국 국장의 해임을 포함해 자신의 모든 권한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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