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18일 뇌물 혐의로 수감된 부패 정치인한테 입막음용 돈을 건네는 것을 승인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수감된 정치인의 입을 막으려 금품 제공을 논의한 정황이 폭로되면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의회에 탄핵 요구서도 제출됐다. 지난해 8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테메르가 이제는 탄핵 위기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브라질 신문 <우 글로부>는 17일 테메르 대통령이 지난 3월7일 저녁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회사인 JBS의 조에즐리 바치스타 회장을 관저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바치스타 회장은 뇌물 혐의로 수감된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 등에게 ‘입막음용’ 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고, 테메르는 “당신은 그것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알았죠?”라고 말했다. 쿠냐와 테메르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는데, 쿠냐는 호세프 탄핵 뒤 불과 일주일 만에 뇌물 혐의로 체포됐다. 바치스타는 녹음 내용을 플리바게닝(유죄 인정 뒤 감형)을 위해 검찰에 제출했다.
신문 보도 뒤 연방대법원은 테메르에 대한 수사를 승인했다. 브라질에선 대통령과 각료, 상·하원 의원 등을 수사하려면 대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문은 또 테메르와 가까운 아에시우 네비스 상원의원이 바치스타에게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뇌물 스캔들에 대한 검찰 수사 방어 비용이 필요하다며 약 60만달러(6억7천만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세차 작전'으로 불리는 페트로브라스 뇌물 스캔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상파울루 등 주요 도시에선 18일 테메르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앞서 두 명의 야당 의원은 하원의장에게 테메르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냈다. 하지만 테메르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의 침묵도 돈으로 산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뒤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또 대통령 사임과 탄핵이 거론되면서 브라질 정국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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