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국 워싱턴의 유명한 간이식당인 ‘쇼스 태번’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증언을 듣고 있다. 이 식당은 이날 특별메뉴로 10달러짜리 ‘FBI 샌드위치’와 5달짜리 ‘러시아 보드카’ 등을 준비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연방수사국(FBI) 샌드위치’에 ‘러시아 보드카’ 한잔, 그리고 마무리는 ‘코브페페(Covfefe) 커피’.
8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시작된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상원 정보위원회 증언 생중계를 보려고 바와 레스토랑을 찾은 미국인들은 매우 특별한 아침식사도 즐겼다. 코미 전 국장 증언에 쏠린 미국인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 볼’이나 프로야구 챔피언 결정전 ‘월드 시리즈’를 시청하기 위해 모인 이들 같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생중계되는 시간에 텅빈 워싱턴의 지하철 내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워싱턴에서 유명한 펍 ‘쇼스 태번'은 평소보다 일찍 문을 열고 길게 줄 선 손님들을 맞았다. 이날엔 ‘특별 메뉴’가 제공됐는데, ‘FBI 샌드위치', ‘러시아 보드카', 그리고 휘핑크림과 계피가 들어간 ‘코브페페 커피'였다. ‘코브페페’는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밤 중에 트위터에 글을 올리다가 쓴 낱말인데, 커버리지(보도)의 오타로 추정된다.
쇼스 태번을 찾은 부동산 중개업자인 토드 새퍼(55)는 “오늘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거나 학교에 가지 않고 다른 이들과 함께 텔레비전 생중계를 시청하기 위해 펍을 찾았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시작되면서 손님들은 점점 늘었고, 일부는 코미 전 국장의 입에서 “(트럼프의) 뻔하고 명백한 거짓말” 등의 말이 튀어나왔을 때는 박수를 치기도 했다. 케이트린 맥키(35)는 “그가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할 때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제이시 펄스(39)는 “대통령보다 코미의 말이 훨씬 믿음직스럽다”고 했다. 블레이크 하든(29)은 “나는 그(대통령)가 탄핵당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커피하우스 ‘빌딩 온 본드'도 9시께부터 사람들로 가득찼다. 지난해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한테 투표했다는 프리랜서 작가 마조리 스위니는 “코미 전 국장이 곧 닥칠 대통령 탄핵에 기여하고 있다”며 “코미 전 국장의 언급은 트럼프가 뭔가를 숨기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보드카를 3잔 들이켰다고 했다.
이와는 달리 워싱턴의 백악관과 의사당 사이에 있는 트럼프 호텔에 자리잡은 바는 특별한 일 없이 조용했다. 바에 있는 4대 텔레비전 가운데 3대는 트럼프가 좋아하는 보수적인 <폭스 뉴스>의 청문회 생중계 방송을 틀어놨는데, 모두 소리를 꺼놓고 있었다. 대신, 나즈막한 재즈 선율이 흘렀다.
트럼프 대통령을 동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화당 강세지역 조지아주의 마리에타에 사는 칼 라이언은 “코미의 말을 다 들어봤지만 러시아가 어떻게 선거에 개입했는지 모르겠다”며 “설령 그랬다고 하더라도 트럼프는 그것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언론과 트럼프 반대세력이 부추긴 ‘허풍’이라고 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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