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격 해임된 제임스 코미(왼쪽)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이후 특별검사에 임명돼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가 2004년 2월 법무부 청사에서 회계 부정을 저지른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 최고경영자를 기소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당시 뮬러는 연방수사국 국장, 코미는 법무부 부장관이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해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그의 오랜 친구가 밝혔다. 트럼프 측근들도 특검의 신뢰성에 시비를 걸고 있으며, 강경 보수 평론가들도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뉴스맥스 미디어의 최고경영자인 크리스토퍼 러디는 12일 미국 공영방송 <피비에스>(PB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 특검을 종료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나오고 몇 시간 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 “크리스토퍼 러디는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러디는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오직 대통령과 그의 변호사만 이 문제에 대해 논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의 측근들도 과연 트럼프가 그와 같은 극단적인 조처를 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과 강경 보수 진영에서는 뮬러 특검을 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의 오랜 지지자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위터에 “특검이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화당원들이 있다면 그들은 착각하고 있다”며 “그(뮬러 특검)가 어떤 사람들을 고용하는지 봐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 보고서를 확인해 봐라. (특검의 공정성을) 다시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뮬러 특검팀에서 일하는 변호사 4명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쪽에 후원금을 낸 친민주당 인사들이라며 특검의 중립성에 시비를 걸고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러디 최고경영자는 트럼프가 뮬러 특검 해임을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뮬러가 있었던 로펌이 트럼프의 큰딸 이방카와 트럼프 측근들을 대리했기 때문에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트럼프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뒤 후임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뮬러 특검도 인터뷰한 사실도 꼽았다. 트럼프 진영 내에서 한쪽은 특검이 친민주당이라고 문제 삼고, 한쪽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 쪽과 가깝다는 것을 구실로 내세워 특검을 배척하는 묘한 상황이다.
극우 라디오 진행가인 러시 림보는 지난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다른 극우 라디오 진행가 마크 레빈도 페이스북에 “뮬러는 물러나야 한다”고 썼다. 이들은 뮬러가 코미 전 국장과 친밀한 관계라는 점을 문제 삼는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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