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백악관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주류 언론들을 ‘가짜 뉴스’라고 매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 브리핑 때 촬영과 녹음을 못하게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조만간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19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을 카메라와 녹음기 없이 진행했다. 매일 오후에 열리는 백악관 브리핑은 <시엔엔>(CNN) 방송과 <폭스 뉴스> 등이 생중계해왔다. 그러나 백악관은 지난 대선 때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내통 의혹을 둘러싼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주부터 브리핑 때 카메라를 쫓아냈다. <시엔엔>은 화면 없이 스파이서의 음성을 생중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녹음까지 차단한 것이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직설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시엔엔> 기자 짐 어코스타는 방송에서 “백악관 대변인 스파이서는 쓸모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그가 나와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또 카메라와 오디오가 꺼진 상태에서 하겠다고 하면 왜 우리가 브리핑에 참석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의 행태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꺼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는 외국 정상들과 회담한 뒤 가끔 공동 기자회견을 했으나, 단독 기자회견을 한 것은 지금까지 단 한번뿐이다. 어코스타는 “미국의 대통령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는 ‘뉴 노멀’ 상태로 점점 그러나 확실히 끌려들어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 AP 연합뉴스
미 언론들은 스파이서가 조만간 대변인을 그만둘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공보팀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파이서가 자신의 후임자를 직접 찾고 있다고 전했다. 스파이서는 지난주에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폭스 뉴스>에서 활약하는 여성 보수 논객 로라 잉그레이엄에게 대변인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타진했다.
트럼프는 스파이서가 러시아 내통 의혹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으나, 스파이서는 백악관에서 대변인보다 높은 자리로 옮길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 백악관 관리는 “스파이서는 승진해야 한다. 승진하지 못하면, 그가 백악관을 떠나더라도 비난할 수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많은 빚을 졌다. 스파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고, 대통령도 그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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