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에이비시>(ABC) 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전격 해임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15일 방송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작심한듯 낱낱이 공개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쪽도 필사적으로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양쪽 간 전면전이 시작된 양상이다.
코미 전 국장은 오는 17일 회고록 <더 높은 충성심>의 공식 출간에 앞서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 프로그램 ‘20/20’과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기에 도적적으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코미 전 국장은 “미국 대통령은 존경의 상징이 돼야 하고, 미국의 핵심 가치를 고수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해지는 것이다. 지금 대통령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들을 마치 고깃덩어리처럼 말하거나 취급하고, 크고 작은 일에 대해 끊임없이 거짓말하면서 미국인들이 그것을 믿는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은 도덕적 기준에서 미국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치매설이나 정신적 문제를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트럼프는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며 “나는 그가 의학적으로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선 운동 기간에 러시아와 유착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중단을 요구했는지와 관련해서는 “분명히 사법방해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은 경질 뒤 처음 공개석상에 나온 지난해 6월 상원 청문회에선 ‘사법방해’로 볼 수 있는 정황만 제시하고 직접 사법방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사법방해는 대통령 탄핵 사유까지 될 수 있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또 코미 전 국장은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낯뜨거운’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것은 진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모스크바에서 성매매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있는 동영상을 담은 ‘트럼프 X파일’을 러시아가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협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해고한다면 “법치에 대한 가장 심각한 공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 탄핵을 원하지는 않는다며 “투표소에 가서 미국인들의 가치에 대해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선거에서 표로 심판하자는 뜻이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이 전면전을 피할 수 있는 기회는 오늘 밤 끝장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뿐 아니라 법적 운명도 그가 코미 전 국장의 신뢰도를 성공적으로 깎아내릴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의 인터뷰 방송에 앞서 5건의 트위터 글을 연달아 올리며 “역겨운 인간”, “역사상 최악의 국장” 등 인신공격을 가하고 그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며 여론 몰이에 나섰다. 그만큼 다급한 처지에 몰렸다는 뜻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