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직 정보기관 수장들의 기밀 취급 권한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백악관이 23일 밝혔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면죄부를 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이들에 대한 대응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기밀 취급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레넌 전 국장은 지난 16일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트럼프 대통령을 “반역적”이라고 공격해 파문을 일으켰다. 샌더스 대변인은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인사가 ‘반역적 활동’을 거론한다면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 국장,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앤드루 매케이브 전 연방수사국 부국장에 대해서도 기밀 취급권 박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6명은 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온 인물들이다.
미국의 국방·정보·외교·사법 분야 고위 당국자들은 퇴임 뒤에도 기밀을 취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현직 당국자들에게 정책 조언을 하기 위해 최신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퇴직 뒤 안보 관련 업체에서 자문역 등의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취지도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따라서 기밀 취급권을 빼앗기면 워싱턴에서 컨설턴트나 로비스트로 일하기가 어려워진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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