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안에 저항세력이 있다’는 <뉴욕 타임스>의 익명의 기고자로 의심받고 있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7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넬리스 공군기지에서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를 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
‘트럼프 행정부 안에 레지스탕스(저항 세력)이 있다’는 지난 5일 미국 고위 관리의 <뉴욕 타임스> 기고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국가안보 위해 행위’인지를 두고 정계와 학계에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 안보에 정말로 해가 된다면 수사 착수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논리 싸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의 기고자’로 가장 많은 의심을 받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사에 착수할 법률적 토대가 있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9일 <폭스 뉴스>의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관련 범죄 활동이 있다면 찾아내겠다”며 “이 개인(기고자)이 국가 안보 분야에서 책임을 맡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우려”라고 했다. 기고 자체를 안보 위협 범죄로 사실상 낙인 찍으면서, ‘표현의 자유’의 허용치를 넘어섰다는 논리를 들이댄 셈이다.
그는 또 이 방송에서 투표로 선출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충’도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기고자가 정말로 익명의 고위 관리라면 “대통령에 대한 선서가 아니라 헌법에 대한 선서를 위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헌법은 모든 행정부 권력을 대통령에 부여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의제를 좌절시키기 위해 매일 일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으며, 기만적”이라고 말했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9일 <시엔엔>(CNN)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사람(기고자)이 중국이나 러시아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 있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우려 대상”이라며 ‘국가 안보 위해론’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이 잇따라 신원 확인 수사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자신들한테 쏠리는 의혹의 눈길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방송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할 수 있다는 의사까지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타임스> 기고를 두고 “반역죄”라며 법무부 수사를 촉구한 것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다.
민주당 쪽은 기고 내용이 안보와 관련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 쪽이 법무부를 사유화하려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크리스토퍼 쿤스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 뉴스>의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법무부가 기고자 신원을 수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대통령이나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법무부의 독립은 우리 민주주의의 기반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쿤스 의원은 “진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에 대해 헌법을 수호할 임무를 가진 독립적 기관이 아니라 사내 변호인단이나 트럼프재단의 변호인단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고 내용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기밀 누설로 보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왔다. 바버러 맥퀘이드 전 미시간주 동부지검 검사는 “(기고 내용은) 비밀로 지정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고로 정보를 공유한 것이 (기밀 누설을 금지하는)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불충 논란’과 관련해 안드레 스파이서 영국 런던대 교수는 9일 <이코노 타임스>에 “참모들이 처벌을 당할 수 있고 정치인들이 듣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공개적 발언이 고질적인 문제들을 고칠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옹호했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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