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가 오는 연말 물러나기로 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오전 백악관에서 그와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지난해 대북 제재 결의 국면을 주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던 니키 헤일리(46)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갑작스레 연말 사임 의사를 밝히며,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헤일리 대사와 나란히 앉아 기자들에게 “헤일리 대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이를 수용한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도 자신이 맡았던 직분에 대해 “일생의 영광이었다”고 화답했다.
인도계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헤일리 대사는 2016년 1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맞서는 반박 연설자로 나서 단박에 ‘공화당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다음달인 그해 12월 그를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 지명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을 끌어안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헤일리 대사의 사임 배경은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다만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의 위상 약화와 연결짓는 해석이 많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해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며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는 ‘최대의 압박’ 정책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입각해 이들의 입김이 세지며, 헤일리 대사의 영향력이 줄었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시엔엔>(CNN)은 “틸러슨 장관 시절엔 트럼프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헤일리 대사의 조언을 구했지만 올해 새 안보팀이 꾸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시간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또 올해 불거진 몇 가지 사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트럼프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가 자신의 밑에서 유엔 부대사로 일한 참모를 지난 4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보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난 4월엔 러시아 제재를 둘러싸고 백악관과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헤일리 대사가 2024년 이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그래서 대선 준비를 위해 평판이 악화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시작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후임자로는 디나 파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이 거론된다고 <엔비시>(NBC)가 보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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