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워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이 다음달 6일 상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13일 자신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주의 록스베리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연설하고 있다. 록스베리/AFP 연합뉴스
‘미국 원주민(인디언) 피가 섞이지 않았는데도 거짓말을 해 하버드대 교수가 됐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공격을 받아오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전격 공개했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잠룡’들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워런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역공을 펼치며 본격적으로 ‘대선 몸 풀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워런 의원은 15일 미 언론과 자신의 웹사이트에 카를로스 부스타만테 스탠퍼드대 유전학 교수가 한 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워런 의원의 6~10대 조상 사이에 원주민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워런 의원의 8대 조상이 원주민일 것으로 추정했다.
워런 의원의 혈통 논란은 2012년 상원의원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스콧 브라운은 외모 등으로 미뤄보면 워런 의원이 분명히 백인인데도 원주민 혈통이 섞인 것으로 속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채용 과정에서 ‘소수민족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이 그가 원주민 혈통이라며 ‘채용 다양성’을 광고한 것이 빌미가 됐다. 브라운의 주장에 맞서 워런 의원은 자신이 원주민인 체로키와 델라웨어 부족의 먼 후손이지만 임용 과정에서 소수민족 특혜를 받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혈통 논란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재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반이민 공약을 내걸자, 워런 의원은 ‘인종차별주의자’라며 민주당의 저격수로 나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워런 의원의 원주민 혈통 주장은 거짓이라며, 영국인들의 미국 정착을 도왔다는 원주민 여성 이름을 딴 ‘포카혼타스’란 별명으로 조롱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선 “만약 워런이 유전자 검사를 받아 인디언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100만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보스턴 글로브>는 이날 워런 의원이 법대 교수를 역임한 대학의 자료 분석과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그의 채용과 혈통은 무관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의혹을 털어낸 워런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립원주민여성인력센터에 (100만달러) 수표를 보내라”며 공세를 폈다. 워런 의원의 유전자 조사 결과 공개에 대해 <시엔엔>(CNN) 방송은 “2020년 대선 출마에 앞서 추가적인 의혹과 공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분명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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