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포위’ 차원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 일부 국가들과 양자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탈퇴를 선언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을 포괄하는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포위’ 차원에서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관계를 전략적 경쟁 관계로 바라보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 또 하나의 징후로 풀이된다.
이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 및 필리핀 등과의 양자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시야에 두고 있다”며 “중국의 뒷마당에서 중국에 울타리를 치려는 시도들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 국가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말 타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내용 가운데 ‘비시장경제국’과의 개별적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제한해 중국이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는 부분의 삽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 관리들도 이 조항을 두고 여전히 비시장경제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을 염두에 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새 양자 무역협정을 중국의 점증하는 경제적·지정학적·영토적 야망을 봉쇄하기 위한 방법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티피피와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티피피가 중국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경제적·구조적 정비를 하도록 유도해 언젠가는 중국까지 끌어안으려는 의도가 있었면, 개별적 양자협정은 ‘중국 포위’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구상은 중국이 아세안 10개국, 한·중·일, 인도 등 아시아 지역 16개국들과 연내 타결을 목표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아르셉) 체결을 서두르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르셉이 체결되면 관세 인하 등을 통해 아시아 경제권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데, 미국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이날 공개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 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6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유지했다. 최근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4월과 마찬가지의 ‘지위’를 받았다.
다만 미국은 “중국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우려하며, 앞으로 6개월간 이번 결정에 대해 주의 깊게 점검·검토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당장 확전은 피하면서도 환율 문제를 협상 지렛대로 계속 사용하겠다는 뜻을 접지 않은 것이다.
이용인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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