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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학교 총기난사 ‘회피’ 경찰관 중범죄 혐의 기소

등록 2019-06-05 14:39수정 2019-06-05 21:58

아동방치, 위증 등 11가지 혐의 적용
“17명 숨진 참극 때 현장 도착하고도
범인 제압 않고 건물 밖서 머뭇거려”

변호인 “정치적 동기로 기소” 반박
경찰노조도 “경찰은 개인 돌보미 아냐”
지난해 2월 총기 난사로 17명이 숨진 미국 플로리다주 파클랜드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포착된 영상에 스콧 피터슨 전 학교보안관(오른쪽)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총기 난사로 17명이 숨진 미국 플로리다주 파클랜드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포착된 영상에 스콧 피터슨 전 학교보안관(오른쪽)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고교 총기난사 사건 때 총격범과 맞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경찰관이 아동 방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총기 사건에 대응한 경찰관에 대해 도덕적 비난이나 민사소송과 별개로 ‘보호 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플로리다주 검찰은 17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친 플로리다주 파클랜드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격 사건과 관련해 스콧 피터슨(56) 당시 학교보안관을 4일 아동 방치, 직무유기, 위증 등 11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피터슨은 학교 중퇴자(19)가 한 시간가량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동안 범행이 이뤄진 건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45분간 머물렀다. 이후 사건이 일어난 건물에 접근했지만 진입하지 않고 대기만 하는 모습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혔다. 당시 이곳을 관할한 경찰서장은 “(피터슨의 행동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개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는 평생을 훈련 받았다. 그러나 정작 뭔가를 해야 할 순간에 용기를 내지 않고, 직무 수행이 형편없었다”고 비난했다.

스콧 피터슨. 로이터 연합뉴스
스콧 피터슨. 로이터 연합뉴스
검찰은 피터슨이 총성이 울리는 건물에 도착한 뒤에도 범인이 총탄 75발을 쏴 학생 5명과 교사 1명을 살해했다며, 그는 고의로 직무를 유기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적용된 2급 중범죄에 해당하는 6가지 아동 방치 혐의는 하나만 유죄로 인정돼도 징역 15년까지 처해질 수 있는 무거운 죄목이다. 검찰은 또 피터슨이 현장에 도착해 2~3발의 총성만 들었다고 진술한 것은 위증이라고 밝혔다.

피터슨은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경찰 출동을 요청하느라고 정신이 없었고, 범인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변호인은 정치적 기소이고 희생양 찾기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경찰관이었던 피터슨을 ‘학생 돌보미’ 직무를 방기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노조도 우려를 표명했다. 파클랜드가 있는 브로워드 카운티 경찰협회는 “아동 방치죄가 성립하려면 경찰관 개인이 개별 학생들의 돌보미가 돼야 한다. 지금부터는 아이들이 있는 데서 일하는 모든 경찰관이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아동 방치 혐의로 기소된다는 뜻이냐”고 따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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