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잠수함 테네시호가 모항의 기지로 귀환하는 모습. 트라이던트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이다. 미국 해군 누리집 갈무리
미국이 최초로 저위력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을 실전 배치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해군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를 장착한 잠수함이 미국의 전쟁 억지력을 높여준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편에선 실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조처라는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
미국 공영방송 <엔피아르(NPR)>와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 미국과학자연맹(FAS)의 발표를 인용해, 미국 해군이 신형 ‘더블유(W) 76-2’ 핵탄두를 장착한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테네시호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네시호는 ‘트라이던트2’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이다. 미국과학자연맹은 테네시호가 지난해 말께 모항인 조지아주 킹스 베이에서 출항해, 현재 대서양에서 ‘억지 순찰(deterrent patrol)’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핵무기 배치 여부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NCND)’는 원칙을 들어 언론의 사실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가 수중에서 발사돼 치솟는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앞서 2018년 2월 미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작성한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발표하면서 W76-2 같은 저위력 핵탄두의 개발을 예고했다. 이 보고서에는 “국방부와 국가핵안보국(NNSA)은 적의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즉각 대응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잠수함 발사 저위력 핵미사일을 개발해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백히 러시아와 중국의 ‘전술핵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이었다.
국방부는 특히 “이는 상대적으로 저비용이며 기존의 핵 능력을 단기적으로 수정하는 것으로, 미국의 지역적 제지 능력의 취약한 ‘틈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미국의 핵전략을 전쟁 억지 능력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전략 핵무기’ 중심에서 유사시 실제 사용이 가능한 ‘전술핵무기’ 운용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뜻이다.
미국과학자연맹은 모두 20기의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 중 테네시호가 1~2기를 장착했으며, 나머지 18기는 다른 잠수함들이 무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월에 첫 제품이 완성된 W76-2 핵탄두 하나의 위력은 약 5킬로톤으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분의 1수준이다. 미국 핵잠수함이 통상 장착하는 탄도미사일은 최대 8개까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그 위력은 90~455킬로톤에 이른다.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잠수함 테네시호. 트라이던트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이다. 미국 해군 누리집 갈무리
미 국방부는 저위력 핵탄두의 생산 및 배치가 신속하고 간편하며, 특히 잠수함 발사 미사일은 러시아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저위력 핵탄두는 핵무기를 최후의 억지 수단이 아니라 전쟁의 승리 수단으로 여기는 유혹을 부추길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미국과학자연맹의 핵 정보 책임자인 한스 크리스텐센은 <가디언>에 “국방부는 저강도 핵무기가 러시아를 제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북한과 이란을 포함해 다른 적들에게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저위력 핵탄두인 만큼 핵 발사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실제 사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