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ㅣ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1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사망에서 세계 1위다. 좋다고 할 수 없는 성취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미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전염병에 대한 전문지식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미국 정부는 재난 대비에 수십억달러를 쓴다. 이걸로 충분하지 않다는 듯 트럼프 행정부는 사전 경고도 많이 받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월초 이 질병을 다룰 조직을 만들었다. 1월18일 앨릭스 에이자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에 관해 대통령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트럼프는 (시판이 금지된) 전자담배의 판매 허용 시기만 논의하고 싶어했다.
1월2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잠재적인 국제적 영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 에이자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구성원들은 대통령으로 하여금 그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다른 이들은 전염병 속에서 중국에 대한 힘을 결집할 기회를 보았다. 로스 장관은 “나는 이게 일자리의 북미 복귀를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협을 인지하고도 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까지 트럼프는 두 달을 허비했다. 그 기간 동안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거기서 얻은 교훈을 적용해야 했다. 그는 진단키트 생산과 광범위한 배포에 필요한 자원들을 동원하고 미국 병원 시스템을 고치려 노력했어야 한다.
트럼프 혼자만 미국의 사태에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 바이러스는 많은 나라를 덮쳤다. 그러나 재빠르게 대응한 나라들은 감염비율과 치명률을 낮출 수 있었다. 한국은 1만600여명의 감염자 중 220여명이 사망해 2%의 치명률을 보였다. 미국은 60만명 감염에 2만3000명 이상이 숨져 한국의 2배가량인 4%의 치명률을 기록했다.
많은 주지사들과 워싱턴의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만큼이나 무신경했다. 초기에 몇몇 정치인은 코로나19를 대통령을 흔들기 위한 사기라며 묵살했다. 3월 중순 영향력 있는 정치인 데빈 누네스는 “외출해서 음식점에 가기 좋은 때”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붕괴해 트럼프는 11월 대선에서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수만명의 미국인 사망에 대해서도 책임질 수 있을까?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은 ‘트럼프 손에 피가 묻었냐’는 질문에 “그건 좀 가혹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트럼프의 잘못을 조사하려고 한다. 전직 연방검사인 글렌 커슈너는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나오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주들로부터 중과실 소송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는 퇴임 뒤에 코로나19 외에도 탄핵 관련 사법방해나 재무적 부적절 행위 등에 대해서도 기소당할 수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11월에 이기려고 최대한 열심히, 더럽게 싸울 것이다. 그는 자신의 행동과 심지어 과거 발언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 행정부의 사기와 잘못을 드러낼 수 있는 감시 메커니즘도 체계적으로 묵살했다. 그는 또 부재자투표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투표율을 억누르려 한다. 심지어 그는 사람들이 더 많이 투표할수록 “이 나라에서 다시는 공화당이 당선될 수 없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인명 손실에 관계없이 최대한 빨리 미국 경제를 재개하려고 할 것이다. 그의 초점은 미국인의 생명을 구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선거와 정치생명 구하기에 맞춰져 있다. 트럼프가 11월에 이기면 그는 대통령 면책특권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대선에서 지더라도 그는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다. 결국, 그가 법을 어기거나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게 처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