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이 7일(현지시각) 유튜브가 마련한 온라인 가상 졸업식 축사에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는 젊은이들을 향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며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길 원한다면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새 출발을 앞두고 있는 젊은이들을 향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며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길 원한다면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7일(현지시각) 코로나19 사태로 졸업식장에 서지 못 하게 된 올해 고교·대학 졸업생을 위해 유튜브가 마련한 온라인 가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 영상 축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그리고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항의로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된 젊은이들을 격려하며 사회 변화의 주체로 서라고 호소한 것이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사태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 현재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수많은 일들의 배경엔 수십년간 방치된 경제적 불평등과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진단했다.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 편견 등 “매우 오랫동안 커져 온 문제들이 코로나19로 다시 부각”됐고 조지 플로이드 등 흑인들의 죽음으로 촉발된 최근 인종차별 반대 시위도 “흑인에 대한 차별과 사법제도 개혁 실패 등으로 말미암은 수십년간의 분노와 불만을 호소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러스를 넘어 최근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도전들은 ‘올드 노멀’(기존의 기준)이 충분치 않고,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오바마 전 대통령)고 짚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지만 “이 시대가 두렵고 불확실한 만큼, 하나의 경종이 될 수도 있고, 여러분 세대에게 놀라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노멀’이라 여겨졌던 걸 받아들일 필요도, 지금의 세상을 그대로 수용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마땅히 그래야 하는, 그것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분이 더 공평하고, 모든 이에게 기회를 주고,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다루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기보다 이어주는 다리를 놓는 ‘뉴 노멀’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셸도 “분노를 홀로 남겨두면 마음을 좀먹고, 혼란을 야기할 뿐이지만 (여러 사람들의) 분노가 모이고 여러 방법으로 전달되면 역사를 바꾸는 원천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뉴 노멀을 만들고, 역사를 바꾸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강조했다. “아무리 모든 게 망가진 것 같아도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갖”(오바마 전 대통령)고 “당신의 특권과 목소리를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라”(미셸)고 언급한 것이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위로부터 변화를 만들어낼 일부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며 “참여하고 투표하라.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냉소주의에 쉽게 빠지지 말라. 참여만이 변화를 가져올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셸은 좀 더 구체적으로, 집과 주변 공동체에서부터 행동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리거나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을 펼치는 것도 유용하지만 더 나아가 모든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권자 등록과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는 데 동참하자고 권하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캔자스주 위치대주립대 기술대학이 6일로 예정된 가상 졸업식(6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큰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영상 축사를 한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가 몇 시간 뒤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종차별 시위 대응을 비판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의 반발에 따른 것이라는 게 <뉴욕 타임스> 등의 설명이다. 이방카 보좌관은 영상 축사가 거부되자 축사 영상과 함께 ‘취소문화’(Cancel culture)와 차별적 시각은 학계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대학 캠퍼스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방카가 언급한 취소문화는 잘못된 행동이나 발언을 한 인사나 기업을 보이콧하는 문화를 말한다. 하지만 위치타주립대 제니퍼 레이 부교수는 “(온라인) 졸업식에서 축사를 지켜보는 것은 학생들에게 선택사항이었으며, 이방카는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메시지를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며 “이방카 보좌관이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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