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콜린 캐퍼닉이 2016년 9월25일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 이 일로 무릎꿇기는 인종차별 항의 행동으로 자리잡았다. 미국프로풋볼은 2018년 이 행동을 금지했으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지난 6일 이 행위를 허용하기로 했다. 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체육계 우군들마저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공화당은 대선 이슈로 부상하는 인종 문제 앞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4일 “트럼프가 무릎꿇기 반대 십자군 전쟁에서 2개의 중요한 동맹을 잃었다”며 미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인 나스카(NASCAR)와 미국프로풋볼(NFL)을 꼽았다.
미국프로풋볼의 로저 구델 협회장은 지난 6일 “선수들이 외치는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우리가 틀렸다”며 “모두 목소리를 높이고 평화롭게 시위하라”고 주문했다. 미국프로풋볼은 2017년 프로풋불 선수들이 국가 제창 때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한쪽 무릎을 꿇은 것을 트럼프가 강력하게 비난한 뒤 2018년 이 행위를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플로이드 사건으로 입장을 바꿨다. 미국축구연맹(USSF)도 무릎 꿇는 선수 징계 규정을 삭제했다.
나스카는 남북전쟁 때 노예제 유지를 주장한 남부연합군의 깃발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나스카에서는 최근 레이서 버바 월리스가 ‘흑인 목숨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를 자동차에 새긴 채 트랙을 돌았다. 트럼프는 과거 미국프로풋볼의 무릎꿇기를 비난하면서 나스카를 칭찬했다. 그랬던 나스카마저 트럼프에게서 멀어진 것이다.
나스카와 미국프로풋볼 등의 태도 변화는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반대 여론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다. <시엔엔>(CNN)이 지난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인종주의를 큰 문제로 인식한다고 답변했다. 무릎꿇기를 ‘비애국적 행동’이라고 비난해온 트럼프는 그럼에도 지난 14일 “더 이상 축구와 미국프로풋볼을 시청하지 않겠다”는 트위트를 올렸다. 스포츠 전문가인 릭 라일리는 <폴리티코>에 “지금 분수령의 순간인데 트럼프는 길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절대다수 의원이 백인인 공화당은 인종 문제에서 대체로 트럼프와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가운데 미세한 내분을 겪고 있다. 공화당에서 유일한 흑인 하원의원인 윌 허드는 의사당에 있는 11개의 남부연합군 지도자 동상 철거에 찬성하지만, 당 지도부는 반대하고 있다. 경찰 개혁에서도 공화당 내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은 경찰의 폭행을 연방 증오범죄로 규정하자고 주장하지만, “너무 광범위하다”(랜드 폴 상원의원)는 당내 반대에 마주하고 있다.
<더 힐>은 “최근 공화당의 인종 문제 대처는 흑인에 대한 경찰 대응과 관련된 여론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유권자들 정서와 동떨어진 걸로 비치게 한다”고 짚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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