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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FBI, 미시간 주지사 ‘납치 모의’ 극우단체 등 13명 체포

등록 2020-10-09 10:06수정 2020-10-19 14:42

경찰·주의회 건물 공격도 모의…7일 실제 폭발물 구입 계획
휘트머 주지사, 코로나19 ‘강력한 봉쇄’로 극우단체 타깃돼
“트럼프 ‘물러서 대기해’ 발언 행동 촉구로 해석된 것” 비판
그레첸 휘트머 미국 미시간주 주지사가 8일(현지시각) 랜싱에서 자신에 대한 납치 음모가 적발된 데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랜싱/AP 연합뉴스
그레첸 휘트머 미국 미시간주 주지사가 8일(현지시각) 랜싱에서 자신에 대한 납치 음모가 적발된 데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랜싱/AP 연합뉴스

미국 극우 무장단체 등이 “내전을 시작하자”며 민주당 소속 현직 주지사를 납치하려다가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편투표는 사기’라며 대선 불복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을 25일 앞두고 극단주의자들의 실제 행동 모의가 적발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납치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13명의 남성을 체포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시간·델라웨어 출신 6명이 납치 계획을 짰으며, 이들과 손잡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울버린 감시단’ 소속 7명이 경찰과 주의회 건물 공격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수사국은 잠복 요원과 비밀 정보원들을 통해 이들 일당의 암호화 메시지를 입수해 이번 납치 음모를 사전에 적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방수사국이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보면, 이들은 올해 초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폭력을 통해 주 정부를 전복하자 논의가 불붙기 시작하면서 납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오는 11월 대선 직전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한 뒤, 위스콘신주의 은거지로 옮겨 반역죄로 재판한다는 계획이었다.

200명을 모아 랜싱의 주정부 청사를 기습하자는 구상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8, 9월 휘트머 주지사의 별장을 몰래 감시하는 한편, 사격 연습과 군사 훈련을 하고 건물 폭파 연습을 위해 수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납치 음모에 동참한 이들 중 1명이 지난주 테이저총을 구매하는 과정에 체포됐다. 연방수사국은 그로부터 이들 일당이 지난 7일 폭발물을 살 계획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마스크 의무화를 비롯한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펼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등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그로 인해 지난 4월부터 휘트머 주지사의 전면적 봉쇄 정책을 비난하는 극우단체 회원 등 수천여명이 주도 랜싱으로 몰려들어 반대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집회에는 총을 든 극우주의자들이 대거 참가했으며, 올가미가 걸린 갈색머리 인형이 등장하는 등 휘트머 주지사에 대한 살해 협박이 일어나기도 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이날 자신을 겨냥한 납치 음모가 드러나자 “22개월 전 취임 선서를 할 때 힘들 줄은 알았지만 이런 일까지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물러서서 대기하라”(9월29일, 미 대선후보 첫 텔레비전 토론회)던 발언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했다. “증오 집단이 대통령의 말을 질책이라 여기지 않고 집회를 열어라, 행동에 나서란 구호로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지도자들이 국내 테러범들을 만나고 고무시키면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며 “혐오성 발언을 부추기면 그들은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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