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이틀 앞둔 1일, 가림막이 설치된 뉴욕의 고급백화점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한 매장 옆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 주요 도시의 백화점과 상점들은 대선 이후 결과 불복에 따른 소요사태에 대비해 가림막 설치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이틀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뉴욕과 뉴저지에서 다리와 도로를 봉쇄하는 돌발시위를 벌였다. 미국 사회의 극단적 분열 양상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을 전후해 ‘내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1일(현지시각) 한낮 뉴욕 허드슨강에 위치한 마리오 쿠오모 브리지와 뉴저지주를 관통하는 가든 스테이트 파크웨이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세운 채 교통을 방해하는 시위를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이 도로를 막고 차에서 내려 트럼프 선거 캠페인 깃발과 성조기를 흔들어대는 바람에 뉴욕 일대에 교통 혼잡 현상이 벌어졌다. 데이비드 칼루치 뉴욕주 상원의원은 이런 행위를 “위험을 야기하는 공격적이고 위험하고 무모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30일 텍사스에선 총기로 무장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민주당 유세버스를 포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다치거나 한 사람은 없었지만, 오스틴 등에서 예정됐던 민주당 유세 2건이 취소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런 ‘돌발행동’이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지는 건, 대선을 전후해 결과에 불복하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 유권자 중 56%는 대선 결과로 인해 폭력사태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쟁을 연구하는 ‘무력분쟁 프로젝트’는 대선 전후로 무장활동이 증가할 우려가 높은 지역으로 조지아·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주 등을 꼽았다.
소요사태에 대한 우려 속에 워싱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상점들은 입구와 유리창을 두꺼운 가림막으로 막아두며 약탈 등에 대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 과정에서 극우-좌파 단체 간 충돌을 겪었던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폭력사태 발생 시 통행금지를 시행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와 콜로라도 등엔 회원제 사설 대피소가 등장했고, 총기 구매도 늘어 지난해보다 75%나 늘어난 1800만정이나 팔려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지지층의 돌발행동을 진정시키기보다는 도리어 부추기고 있다. 지지자들의 텍사스 민주당 유세차량 포위 사건을 “보호” 행위로 표현하며 “멋지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이날 트럼프가 ‘대선 당일 밤 자신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면 개표가 종료되지 않더라도 승리를 선언하겠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는 <액시오스> 보도는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현장투표 개표 초반 트럼프가 앞서는 것으로 나올 경우, 최종 개표 결과가 바이든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우편투표 사기를 통해 선거를 훔쳤다’고 주장하겠다는 시나리오다. 트럼프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잘못된 보도”라고 부인했다. 다만 “선거 뒤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선거가 끝나자마자 변호사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미국 언론들은 이 때문에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신속한 개표”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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