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각) 아프간인들이 미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차량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향해 로켓이 발사됐다. 전날에는 미군 중부사령부가 폭탄테러 용의 차량을 겨냥한 드론 공습을 감행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31일 미군의 아프간 철군 종료를 앞두고 카불 공항 주변에 극도의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30일 목격자 말을 인용해 “로켓이 카불 공항 부근 살림 카르완 지역에 떨어졌고, 폭발음 뒤 총격 소리도 들렸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목격자는 “폭발음이 세차례 들렸고 하늘에서 섬광이 이는 것을 봤으며, 폭발 뒤 사람들이 도망쳤다”고 말했다. 통신은 “누가 이번 로켓 공격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최대 5발이 카불 공항을 공격했으나 미군 방공망이 이를 차단했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 당국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로켓은 이른 아침 발사됐고 미군 방공망이 모든 로켓을 차단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아프간 현지 미디어 보도를 인용해 차량 뒤에 장착된 로켓을 이용해 공격이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탈레반 관계자의 말을 따 “로켓이 5발 발사됐고 모두 공항을 지키는 방공망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로켓 공격 사실은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미군 중부사령부는 29일 “카불 공항에 임박한 위협을 조성하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폭탄테러 용의자를 겨냥한 방어적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공습 사망자의 형제는 <시엔엔>(CNN)에 “6명의 어린이 등 일가족 9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중부사령부 대변인 빌 어번은 “미군은 오늘 카불의 한 차량에 대해 자위적인 무인기 공습을 실시해,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대한 임박한 위협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그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공격했다고 자신한다”며 “차량에서 뚜렷이 나타난 2차 폭발은 상당한 양의 폭발물질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공습으로 숨진 민간인들이 드론 공습에 의한 직접적인 희생자인지, 차량의 2차 폭발에 따른 희생자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어번 대변인은 미군은 “현재로서는 민간인 피해 보고가 없지만, 그 가능성을 측정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공습 현장의 주민과 목격자들은 어린이들을 포함한 주민들이 숨졌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모든 이웃 주민들이 물을 가져와 불을 끄고 도왔는데, 5~6명이 숨진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가족의 아버지, 어린 소년, 2명의 아기가 있었고, 그들은 죽었다. 갈가리 찢겨 있었다. 부상자 2명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주민은 “3명이 차량 안에 있었고, 다른 3명이 차 밖에 있었다”고 전했다.
<에이피>는 아프간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어린이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에는 민간인이 최소 6명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 26일 카불 공항 자살폭탄테러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27일 동부 낭가르하르주 지역을 공습해 이슬람국가 호라산 간부 2명을 제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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