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인이 12일 기자회견에서 압둘 바키 하카니 탈레반 과도정부의 고등교육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탈레반이 여성들의 대학교육을 허용하되 남·여분리와 히잡 착용은 의무화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탈레반 과도정부의 압둘 바키 하카니 고등교육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의 방침을 밝혔다고 <에이피>(AP)가 보도했다. 지난 7일 과도정부 내각 발표 이후 닷새 만에 공식 지침을 내놓아, 아프간 내 여성 교육을 둘러싼 혼란을 정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탈레반의 여성 교육 허용 여부는 지난달 15일 탈레반의 카불 입성 이후 많은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다. 그동안 탈레반은 과거 여성의 교육과 사회생활을 금지했던 1990년대 말 집권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며 좀 더 포용적인 태도를 내비쳐왔다.
하카니 장관은 이날도 시계추를 20년 전으로 되돌리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오늘날 존재하는 것 위에 건설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하카니 장관은 남녀 공학을 폐지하고 남녀 분리교육을 강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공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교육을 실시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엔 여성 학생들을 가르칠 여성 교수진이 충분하다며 “(여성 교수진이 부족한 곳에선) 남성이 커튼 뒤에서 수업하거나 온라인 수업 등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성 학생들의 드레스 코드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시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또 여성들에게 머리에 쓰는 히잡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가 말한 히잡이 단순히 머리만 가리는 머리 스카프를 뜻하는지 아니면 얼굴도 가려야 하는지에 대해선 분명하게 하지 않았다.
하카니 장관은 교과 내용도 재검토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우리 이슬람의 가치, 국가와 역사 가치에 맞는 합리적인 이슬람식 커리큘럼이면서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내용의 커리큘럼을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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