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9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이란 국기가 그려진 벽을 지나가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이란이 반정부 시위를 진압해온 민병대원을 살해한 혐의를 물어 시위대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6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바시지 민병대원 루홀라 아자미안을 살해한 혐의로 시위대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통신은 “사법부 대변인인 마수드 세타예시가 (사형이 선고된) 시위대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산하의 바시지 민병대는 이란에서 지난 9월 중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이들을 강경 진압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번 반정부 시위에서도 이들은 사실상 정부를 대신해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고 있다. 그러자 지난달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는 바시지 민병대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이란에선 그밖에도 최근 ‘미심쩍은’ 사형 선고와 집행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에도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에서 일한 혐의로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사법부는 이들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공개하지 않고 사형 선고와 집행을 진행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에서 적어도 314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중동 지역 전체에게 이뤄진 것으로 집계된 사형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란 당국은 이날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외국 요원들과 접촉했던 스파이 12명도 체포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들이 외국으로부터 무기를 조달하고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동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이피>는 “이란은 스파이 혐의로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체포·선고하면서, 서방 국가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 국영 언론에 따르면 하메이니 최고지도자는 6일 “이란 문화 체계의 혁명적인 재건”을 요구하며 “국가 문화 구조에 혁명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국가의 다양한 영역에서 문화의 약점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최근 진행 중인 반정부 시위에 대한 더 강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인지, 시위대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유화 노선의 길을 여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숨진 뒤 시작된 “전국적 시위가 당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며 “반정부 시위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의 신정체제에) 가장 강력한 도전의 하나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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