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소년이 11일(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의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구조되고 있다. 하타이/로이터 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정부의 부실한 지진 대비 및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튀르키예 경찰이 부실 시공 관련해 100명 이상을 체포했다.
튀르키예 국영 통신사 <아나돌루>는 11일 지진 피해 지역 10개주에서 건설업자 등 100명 이상이 부실공사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법무부가 이들 지역 당국에 ‘지진 범죄 수사대’를 설치하라고 지시한 이후 체포 및 구금이 이뤄졌다. 법무부는 현행 내진 설계 및 시공 법규를 지키지 않은 건물 붕괴와 관련해 “건축업자 및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하라고 지시했다.
하타이주에서 무너진 아파트 단지를 건축한 건설업자 메흐메트 야샤르 조슈쿤은 발칸반도에 있는 국가 몬테네그로로 도주하려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10일 붙잡혔다. 11일에는 진앙지 인근 가지안테프에서 붕괴한 건물을 건축한 건설업자가 체포됐으며, 과실치사와 공공건설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사법당국은 이번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이번 지진과 관련해 체포되거나 조사받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남부의 지진 피해지역인 디야르바키르주에서는 검찰이 관련자 29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또 카라만마라슈 주를 포함한 다른 여러 지역에서 검찰이 해당 지역의 부실시공 여부 등을 둘러싼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재난관리국(AFAD) 집계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 건물 1만2천 채 이상이 쓰러지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튀르키예 정부는 1999년 북서부 이즈미트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1만7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뒤 엄격한 내진 규제를 만들었으며 이후 내진 기준을 계속 강화했다. 그러나, 튀르키예 정부는 과태료 등도 지속적으로 감면해줘 실제로는 부실 건축물을 방치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난에 준비 불가능”이라는 발언을 해 큰 비난을 받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부 대응 노력과 함께 이번 지진 규모가 매우 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1일 디야르바키르주를 방문해 이번 지진이 “1999년 지진보다 3배는 크고 파괴적이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