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의회가 21일(현지시각) 동성애처벌법을 논의하고 있다. 캄팔라/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내륙 국가인 우간다에서 동성애자로 확인되면 처벌을 받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우간다 의회는 21일(현지시각)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포괄적인 동성애처벌법을 의원 다수의 찬성으로 의결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법안은 요와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서명하면 효력을 갖는다.
우간다에서는 이미 동성애가 불법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기존 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성애 ‘행위’가 아니라 ‘성정체성’ 자체를 문제 삼아 개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동성애·성전환·양성애 등 성소수자 공동체에 속한 이들의 친구·가족에게 동성애자를 당국에 신고할 의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나아가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된다. 우간다 의회는 2014년 동성애 행위를 하면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의결했으나, 법원이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무효화한 바 있다.
지난달 야당이 제출한 법안은 의회 논의를 거치며 일부 내용이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의결된 법안에서 형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놓고는 외신 보도가 엇갈린다. <에이피>(AP)와 <시엔엔>(CNN)은 동성애자로 발각되면 최고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으나, <아에프페>(AFP)는 법안 반대 의원을 인용해, 법을 위반한 사람에게 최고 종신형 또는 사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비시>도 동성애를 하려고 어린이를 그루밍(길들이기)하거나 인신매매를 할 경우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보수적인 우간다에서 동성애 반대 여론이 높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동성애 처벌법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겨냥해 “서구나라들이 자신들의 관습을 우리에게 강요하려고 한다”고 반발하며 이 법안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무세베니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이 법에 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과 투자가 절실한 국가 사정을 감안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벨기에 엔트워프 대학의 동아프리카 전문가 크리스토프 티케카는 “무세베니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우간다의 지정학, 특히 서구나 경제지원을 해주고 있는 나라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왔다”며 이들 나라를 화나게 할 일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키리오와 키와누카 우간다 검찰총장은 18일 의회에 출석해 “동성애 처벌은 이미 식민시대에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법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우간다는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62년 독립했다.
인권단체들은 법안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우간다 연구원 오리엠 니에코는 이 법은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범죄화하는 가장 극단적인 것”이라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성소수자를 겨냥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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