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2일 이슬람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끝났음을 축하하는 행사인 ‘이드 알 파티르’에 참여하고 있다. 가자/EPA 연합뉴스
국제 인권시민단체 100여곳이 “‘반유대주의’가 정당한 이스라엘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최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편지를 보내 “유대인 홀로코스트 단체가 반유대주의를 정의하려는 작업이 정당한 이스라엘 비판과 시오니즘 비판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인정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홀로코스트기억연합(IHRA)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반유대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이에 대한 실용적인 정의를 내놓겠다며 국제적 콘센서스(합의)를 확보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 이들은 반유대주의에 해당하는 11가지 실례를 들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해 인종차별 정책을 쓰고 있으며 이는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반유대주의로 규정될 여지가 있다. 미국·독일·영국 정부가 친이스라엘 단체의 강력한 로비를 받아 이들이 제시한 반유대주의에 대한 정의를 받아들인 상태다.
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인 이번 서한에서 “정부와 기관의 정의 채택이 종종 반유대주의 싸움을 위한 본질적 조치로 포장되지만 실제론 이스라엘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질책을 반유대주의로 몰아붙이는 데 악용하곤 한다“며 “유엔이 국제홀로코스트기억연합의 정의를 받아들이면 이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탄압 같은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단체의 “논리대로면, 티벳 주민의 인권보호 활동을 해온 사람은 반중국 인종차별론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을 옹호한 사람은 반이슬람주의자가 된다”며 “이런 정의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권보호를 주장하고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는 활동가들의 활동과 적법한 비판에 족쇄를 채우는 데 이용된다”고 반박했다. 또 “유엔이 만약 이런 정의를 어떤 형태로라도 받아들인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일을 하는 유엔 관계자나 직원 자신이 국제홀로코스트기억연합의 정의에 따라 반유대주의자로 비판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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