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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국-이란, ‘비공식 핵 합의’ 임박했나…하메네이 ‘긍정’

등록 2023-06-15 16:29수정 2023-06-15 19:46

핵 능력 제한 대가로 제재 완화 미 시민 석방
한국 등에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도 추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11일 테헤란에서 핵과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11일 테헤란에서 핵과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비공식 핵합의가 임박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미국과 이란 그리고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란의 핵 능력 제한과 이란에 억류된 미국 시민 석방 등을 맞바꾸는 내용의 협상을 은밀히 벌여와 합의가 임박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2015년 이란 국제 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되살리기 위한 협상이 지난 1년 동안 진전이 없자, 그 전 단계로 비공식적이며 문서화하지 않는 합의를 체결하려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 관리들이 “정치적 휴전”이라고 부르는 이 합의는 이란의 무기급 우라늄 농축,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드론(무인기) 지원 등을 막으려는 목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60%로 제한 △시리아 등에서 친이란 세력들의 미국 협력자에 대한 공격 금지 △러시아에 대한 탄도미사일 판매 금지 합의를 추진한다고 전했다. 대신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 중단 △유엔 등에서 새로운 대이란 제재 결의안 포기 등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합의안이라고 전했다. 이란에 억류된 미국 시민 3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 등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해제도 추진된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 석유 구매 대금 70억달러에 대해서도 인도적 사용을 조건으로 동결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이란의 핵시설이 손상되지 않는다면 서방과의 합의를 지지할 수 있다고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로버트 맬리 미국 이란특사가 지난해 말 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와 두차례 회담을 한 데 이어,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조정관이 지난 5월 오만에서 오만 관리들의 중재로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핵협상 대표와 협상을 했다.

가속화되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이 핵무기 제조 수준까지 이르면 미국도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는 중동 분쟁의 발발을 막기 위한 것이 합의 추진의 배경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동에서 일어나는 세력 재편도 미국이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다시 박차를 가한 원인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미국이 반대하는 석유 감산을 주도한 데 이어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국교정상화를 했다. 중동에서 미국은 사우디 등 전통적인 동맹과 균열이 생기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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