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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중동의 세력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

등록 2018-01-22 18:13수정 2018-01-22 18:26

정의길
선임기자

이슬람국가 이후 중동분쟁은 이라크전쟁 실패가 초래한 중동의 거대한 세력공백을 채우려는 세력들의 질주다. 인류 문명이 탄생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이슬람국가 분쟁 뒤 다시 중동 역내외 모든 세력들이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이전투구 지대가 되고 있다.

중동 정세가 다시 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전쟁 실패로 초래된 중동 지역의 거대한 세력공백을 채우려는 세력들의 질주이다.

터키 군이 21일부터 시리아의 쿠르드족 지역인 아프린을 침공한 것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전선들의 가장 최근 예다. 최근 중동분쟁의 상징이던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데 주력인 시리아민주군(SDF)의 주축인 쿠르드족을 반이슬람국가 연합군인 터키가 공격하는 것은 중동에서 새롭게 벌어지는 긴장과 전쟁의 단면이다. 이슬람국가가 물러나는 빈자리를 채우려는 주변 세력들이 각축이다.

이슬람국가 자체가 2003년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실패로 초래된 거대한 세력공백의 결과였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국가 체제마저 붕괴된 자리에 들어선 것이 이슬람국가였다. 이슬람국가는 그 공백을 둘러싼 중동 역내외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착종된 결과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영향을 받는 시아파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려고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포함한 수니파 반군을 지원했다. 터키는 자국의 쿠르드족 세력 확대를 막으려고 이슬람국가를 방조했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방조하며 이슬람국가 부상에 기여했다. 내전 구도를 반이슬람국가 전선으로 만들어 국제적으로 정권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아사드 정권 퇴진 요구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결국 반이슬람국가를 명분으로 한 중동 역내외 세력의 각축전으로 격화했다. 이란은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파 진영을 공고히 해 지중해까지 진출할 수 있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하려 했다. 이란 뒤에는 중동으로 다시 돌아오려는 러시아, 그리고 중동에서 입지를 찾으려는 중국이 있다. 사우디는 시아파 이란의 영향력 확대 차단을 명분으로 수니파 맹주로서의 기득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남쪽으로 국경을 맞댄 예멘에서 시아파 일원인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점령하는 득세를 사우디는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사우디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

이는 이슬람국가 이후 중동분쟁의 주전선이 사우디 주도의 수니파 대 이란 주도의 시아파의 대결이 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뒤 첫 해외순방으로 사우디 등 중동을 순회했다. 수니파 국가 정상들과 집단 회동을 하며 새로운 중동분쟁의 불을 지폈다. 그는 이란을 중동 불안의 진원지로 규정하며, 이란과의 국제 핵합의 파기를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2월에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했다. 트럼프의 이 선언은 중동 내의 반이란 전선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중동에서 주적을 이란으로 설정하는 이스라엘은 최근 사우디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선언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고, 이스라엘은 주변의 적대 세력인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박멸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최대 후원자는 이란이다.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 중동정책의 뼈대는 ‘중동분쟁 발빼기’였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합의를 타결한 것은 이 지역의 최대 세력인 이란을 인정하고 미국의 영향력도 잃지 않으려는 전략이었다. 이는 중동 안정을 통한 미국 영향력 보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반대의 전략으로 가고 있다. 이란과 대결하는 사우디의 수니 진영을 적극 부추겨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다시 오르는 석유값은 사우디나 이란의 보폭을 넓힐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이란의 뒤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개입을 부를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개입은 중동 군사강국 터키의 행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터키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희생되는 것은 이슬람국가 패퇴의 일등 공신인 쿠르드족이다. 쿠르드족을 지금 공격하는 터키는 물론이고 시리아, 이란, 이라크 모두가 쿠르드족의 자치나 독립 등을 결사반대한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인류의 문명이 탄생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이다. 이 지역은 지금 중동 역내외 모든 세력들의 이전투구 지대로 더 격화하고 있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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