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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 엘시시 정권, 빵 주고 장기 집권 훔치나?

등록 2019-04-23 15:39수정 2019-04-23 20:30

개헌안 국민투표 유권자 ‘매수’ 만연
식료품 주고, 버스로 실어나르고
선관위 “투표부정 신고 없어”…27일 결과 발표
통과 가능성 높아…투표율이 지지도 가늠
이집트에서 대통령 임기를 크게 늘린 개헌안에 대한 사흘간의 국민투표가 끝난 22일, 카이로의 한 투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카이로/EPA 연합뉴스
이집트에서 대통령 임기를 크게 늘린 개헌안에 대한 사흘간의 국민투표가 끝난 22일, 카이로의 한 투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카이로/EPA 연합뉴스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2030년까지 장기 집권을 노리고 20~22일 실시한 개헌안 국민투표가 유권자 매수 의혹으로 얼룩졌다. 개헌안은 4년인 대통령 임기를 엘시시 대통령의 현 임기부터 6년으로 늘리고 3연임까지 허용하는 게 뼈대다.

카이로의 투표소에선 유권자들이 자선단체에서 식용유·설탕·차 같은 먹거리로 교환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받아 나오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22일 보도했다. 빈곤층 거주 지역에선 부진한 투표율을 끌어올리려고 유권자들에게 식료품을 제공했고, 소형 버스들이 유권자들을 투표소까지 공짜로 실어날랐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 유권자는 투표를 마치고 음식 꾸러미를 받았다고 <데페아>(DPA) 통신에 말했다. 다른 유권자는 “약속 받은 음식 꾸러미를 받지 못했다”고 분개하며, “엘시시는 우리가 투표를 하든 말든 권좌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들이 투표 대가를 받는다는 어떠한 보고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관위 대변인은 “뇌물 공여를 포함해 어떠한 부정행위도 즉각 대응해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안은 유효표의 과반 찬성으로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찬성률보다 투표율이 엘시시 정권의 지지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27일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군부 출신의 엘시시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들어선 민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를 쿠데타로 축출하고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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