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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트럼프 중동구상, 국제사회 엇갈린 반응…영국은 칭찬, 아랍은 반발, 유엔은 우려

등록 2020-01-29 18:10수정 2020-01-29 20:19

28일 ‘중동평화안’ 발표…“아랍에 너무 좋은 것”
팔레스타인 “천번이라도 ‘노’…역사의 쓰레기통에”
영국 “긍정적 진전”…터키 “평화 아닌 합병계획”
트럼프 ‘탄핵’-네타냐후 ‘기소’ 위기 타개책 지적도
유엔 “안보리 결의 바탕해야”…‘1967년 영토’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평화 계획을 발표하기 앞서 일부 내용이 흘러나온 2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에서 주민들이 항의 시위 중 트럼프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트럼프, 당신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결코 돈에 조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란 문구가 쓰였다. 베들레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평화 계획을 발표하기 앞서 일부 내용이 흘러나온 2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에서 주민들이 항의 시위 중 트럼프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트럼프, 당신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결코 돈에 조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란 문구가 쓰였다. 베들레헴/EPA 연합뉴스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중동평화 계획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친미 국가들은 대체로 환영했지만, 아랍과 이슬람권의 상당수 국가에선 비판과 반발이 쏟아졌다. 유럽 국가들도 대체로 유보적이거나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70년 넘게 지속돼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 방안을 담았다지만, 실제론 노골적으로 친이스라엘로 치우쳐 되레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관련기사=이스라엘에 포위된, 구멍 뚫린 ’팔레스타인 국가’?…트럼프, 중동평화 구상

미국의 절대적 맹방인 영국은 트럼프 구상을 “집중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인 진지한 제안”(외교부), “긍정적 진전임이 증명될 것”(총리실)이라고 호평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에 수용을 촉구했다.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도 트럼프 구상을 환영하는 외교부 성명을 냈다.

앞서 2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음날 ‘중동평화 계획’ 발표를 예고했다. 트럼프는 “그들(팔레스타인)이 처음엔 이 구상을 원치 않겠지만 결국 원하게 될 것”이라며 “이건 그들에게 매우 좋다. 사실, 너무나 좋은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많은 아랍 국가들이 동의하고 있으며 좋아한다”고도 했다. 네타냐후는 “세기의 협상안”이라고 추어올렸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페이크 뉴스’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무드 아바스는 “오늘 우리는 난센스 같은 말을 들었다”며 “‘세기의 협상안’에 우리는 천번이라도 ‘노’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걸 역사의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과 국경을 맞댄 요르단은 “1967년(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에 기초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만이 완전하고 영속적인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구상이 밝힌 이스라엘 영토와 주권의 인정을 거부한 것이다.

28일 낮(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백악관에서 중동 평화구상을 발표한 자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발언하는 것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28일 낮(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백악관에서 중동 평화구상을 발표한 자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발언하는 것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아랍과 이슬람권의 상당수 국가와 유럽 국가들도 대체로 유보적이거나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터키 외교부는 “미국의 이른바 평화 계획은 사산아”며 “이건 2개 국가 해법을 죽이고 팔레스타인 영토를 왜곡하는 합병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스라엘과 대립하고 있는 이란 외교부도 “이건 (세기의 협상이 아니라) ‘세기의 반역’이며 실패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집트 정부는 “두 당사자가 미국의 협상안을 주의 깊고 면밀하게 검토해 착수하기를 바란다”며 “향후 협상은 완전하고 정당한 평화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내놨다. 이집트는 아랍권에서 이스라엘과 수교한 둘 뿐인 나라 중 하나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정당한 요구를 반영할 2국가 해법을 기준으로 내용을 확인하고 평가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러시아는 당사국인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과 직접 통화해서 양측이 모두 허용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미국 안에서도 팔레스타인 권리 옹호 단체를 중심으로 날선 비판이 나온다.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위한 미국 캠페인’의 유세프 무나예르 사무국장은 “이건 ‘평화 계획’이 아니라 ‘전쟁 계획’이다. 평화·정의·자유·평등에 대한 전쟁”이라고 일갈했다. 소말리아 출신의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민주)은 “탄핵과 기소라는 궁지에 몰린 두 국가 지도자가 “우리 둘만의” 평화협상을 했다”며 “수치스럽고 솔직하지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원의 탄핵심판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것을 들어, 이번 ‘평화 계획’이 두 사람의 정치적 위기 탈출용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유엔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영토와 국경에 대한 트럼프 구상에 에둘러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에 대한 유엔의 입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유엔총회 결의로 정의돼 왔으며 사무총장은 이 결의들에 구속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유지해온 ‘1967년 이전 국경’이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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