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뉴질랜드가 ‘담배 모르는 세대’와 ‘금연 국가’를 위한 강력한 법을 마련했다. 2009년 이후에 태어난 뉴질랜드 국민은 앞으로 성인이 돼도 담배를 사지 못한다.
13일(현지시각) 뉴질랜드는 2009년 1월1일 이후에 태어난 이들이 평생 담배를 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을 통과시켰다. 2022년 기준으로 13살인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담배 구매가 불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최대 15만뉴질랜드달러(약 1억2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 법은 담배를 아예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의 흡연을 금지하고 성인의 금연을 유도하는 차원을 넘어 평생에 걸쳐 담배와의 접점을 막겠다는 취지기 때문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론적으로 보면 50년 뒤에 뉴질랜드에서 담배를 사려는 사람은 자신이 적어도 63살이 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담배 구매 연령의 제한과 함께 뉴질랜드는 담배에 들어갈 수 있는 니코틴 함량을 지금보다 줄이고, 담배 판매가 가능한 소매점의 수도 현재 6000곳에서 내년 말까지 600곳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 법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아예샤 베럴 뉴질랜드 보건부 차관은 “사용하는 사람의 절반을 죽이는 제품을 허락할 이유가 없다”며 “(법이 통과되면) 수천명의 사람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것이고, 흡연으로 발생하는 질병에 대처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보건 시스템은 50억뉴질랜드달러(약 4조원)를 아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목표는 2025년까지 담배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 흡연율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인 뉴질랜드가 금연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발표된 뉴질랜드 흡연율은 8%로 2021년 9.4%보다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에 제정된 법은 전자담배 판매는 금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법이 전자담배 사용을 부추겨 금연 국가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일부 뉴질랜드 사람들은 이미 전자담배로 갈아탔다”며 “흡연율은 떨어졌지만 전자담배 흡연율은 지난해 6.2%에서 올해 8.3%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강력한 금연법이 담배 암시장의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담배 소매점을 급격히 줄이면서 소상공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의회 120석 가운데 10석을 차지하는 ‘뉴질랜드행동당’은 “금지는 언제나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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