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네팔 카트만두에서 진행된 항공기 추락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바닥에 비행기 모양으로 초가 켜져 있다. 카트만두/신화 연합뉴스
15일 추락한 네팔 예티 항공 소속 비행기 부기장의 남편 역시 17년 전 항공기 사고로 숨진 조종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편의 뜻을 이어받아 조종사의 길에 나섰다가 같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셈이다.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15일 네팔 포카라 항공기 추락 사고로 숨진 것으로 보이는 부조종사 앙주 카티와다(44)가 2006년 조종사던 남편이 항공기 사고로 숨진 뒤 “남편의 꿈을 이어가겠다”며 조종사의 길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간호사로 일하던 카티와다는 남편의 사망 이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았다. 2010년 네팔로 돌아와 이번에 사고가 난 항공기의 소속 항공사인 예티 항공에 입사했다. 앙주 카티와다의 친척이자 친한 친구였던 고팔 레그미는 “앙주의 아버지는 그에게 조종사를 선택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남편의 비극적 죽음 이후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 디팍 포크렐 역시 이번에 사고가 난 예티 항공에서 일했다. 군용 헬리콥터를 조종하던 포크렐은 2006년 네팔 줌라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로 숨졌다. 이 사고로 포크렐 등 9명이 사망했다. 레그미는 앙주가 조종사가 되기 위해 미국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남편처럼 하얀 유니폼을 입고 조종사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부는 한명의 딸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 68명과 승무원 4명을 태운 예티 항공 소속 ATR72기는 15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카스키 지구 포카라로 향하던 중 도착 예정지 인근에서 추락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생존자는 없으며 69명의 주검이 수습됐다. 네팔에서 일어난 항공 사고 중에선 167명의 희생자를 낸 1992년 파키스탄 여객기 추락 이후 최대 규모였다. 외신들은 카티와다 역시 많은 경험을 쌓은 베테랑 조종사였으며 주검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앙주 가족의 두 번의 비극은 네팔의 치명적인 양상의 일부”라며 “최근 수십년 동안 네팔에선 부적절한 규제, 복잡한 지형,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등으로 인해 여러 비행기 추락과 항공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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