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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뉴질랜드 표지판에 마오리어도 쓰자”…우파정당 “영어만” 반발

등록 2023-06-07 13:09수정 2023-06-07 19:59

식민시절 마오리어 사용 억압 정책
최근 마오리어 되살리기 노력 이어져
뉴질랜드인들이 2018년 12월 3일 오전(현지시각) 뉴질랜드 오클랜드 총독 관저에서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는 마오리 원주민 전통춤 ‘하카'(haka)를 추고 있다. 오클랜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뉴질랜드인들이 2018년 12월 3일 오전(현지시각) 뉴질랜드 오클랜드 총독 관저에서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는 마오리 원주민 전통춤 ‘하카'(haka)를 추고 있다. 오클랜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뉴질랜드에서 교통표지판에 영어와 원주민 언어를 병기하려는 계획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질랜드의 노동당 정부는 지난주 영어만 쓰인 교통 표지판에 마오리 언어(테 레오 마오리)를 병기하려는 계획을 밝히고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고 <가디언>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교통부는 이중언어 병기 교통 표지판이 “마오리 언어가 우리 공동체에서 사용되어 많은 이들이 배우고 부활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마오리 언어가 우리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은 문화적 이해와 사회적 결속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교통표지판에 두 언어를 병기하는 건 여러나라에서 이미 하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파계열의 국민당은 “이중 언어 표지판이 혼란만 일으킬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당 대변인 사이먼 브라운은 “우리 모두 영어를 쓴다. 표지판에는 영어만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당의 유력한 우파 연정파트너인 행동당의 데이비드 세이머 대표는 “도로표지판의 목적은 운전자가 이해하는 언어로 정보를 소통하는 것이지, 미덕을 과시하거나 다른 사회적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키리타푸 앨런 법무장관은 뉴질랜드의 지성을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뉴질랜드 사람들이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며 “세계 여러 곳에서 교통표지판에 이중 언어와 다중 언어가 허용되고 있는데 뉴질랜드에서 안된다는 건 우리 아이큐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식민 시절 영국 제국주의 지배세력은 원주민의 문화와 언어를 말살하려고 시도했다. 예컨대, 학교에서 마오리 말을 하면 체벌 대상이 됐다. 원주민 언어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본격화한 것은 비교적 최근에 들어와서다. 이에 따라 기본적인 마오리 낱말과 문장을 구사할 줄 아는 뉴질랜드인이 2018년 24%에서 2021년 30%로 늘어났다. 마오리 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인구도 2013년 3.7%에서 2018년 4%(14만명)로 증가했다. 헤렝가 와카 빅토리아 대학의 아와누이 테 후이아는 “우리가 주변에서 마오리 말을 더 많이 볼수록,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더 잘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마오리어 사용자에게 ‘우리 말이 현재의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준다”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민당은 일부 반발 강도를 누그러뜨리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섰다. 국민당 대표 크리스토퍼 룩선은 이중언어를 반대하지 않으며 교통표지판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10월 열릴 예정인 총선을 앞둔 시점에 제기되어 눈길을 끈다. 특히 주요 정당인 노동당과 국민당 사이에 인종 문제가 점점 더 정치적 대결 전선에 동원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어떤 정치적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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