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내년부터 인도·태평양 지역에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롭 필립스 미국 태평양 육군 대변인은 내년부터 인도·태평양 지역에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방침이라며, 토마호크와 SM-6 미사일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 두 미사일 사거리는 500~2700㎞ 정도다.
찰스 플린 미 태평양 육군 사령관도 지난달 18일 캐나다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에 참석해 내년에 태평양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예정이라며 “(발사) 시험도 했다”며 “2024년에 우리는 그것(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언제라고 이야기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어 배치 대상으로 토마호크, SM-6를 언급하며 미군이 개발 중인 사거리 499㎞ 정밀타격미사일(PrSM)도 배치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정밀타격미사일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사용중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
미국은 1987년 옛 소련과 사거리 500~5500㎞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맺었으나, 2019년 러시아의 조약 위반과 중국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들며 조약을 폐기했다. 미국은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후보지로는 한국·일본·괌·오스트레일리아 등이 거론돼 왔으나, 일단은 미국령 섬인 괌 배치가 유력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안키트 판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거리 미사일을 자국에 배치하는 것을 꺼리지만 유사시에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사일 부대 거점을 괌에 두고 이동 전개할 수 있다고 짚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희망한다면, 한-중 관계는 2016~2017년 사드 사태 때보다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인도·태평양 지역 배치를 서두르는 이유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같은 유사시에 대비해 중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상 발사형 미사일은 함정이나 항공기 발사형에 비해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 용이하다. 미국은 중국이 사거리 1000~1500㎞ 미사일을 1500발 정도 갖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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