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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자녀들 ‘형제의 난’

등록 2017-06-15 15:44수정 2017-06-15 21:41

리콴유 딸·둘째 아들, 현 총리인 큰아들 비난
“정부기구 이용해 감시…싱가포르 떠날 수밖에”
“오빠가 아들에 권력 넘겨 ‘왕조’ 구축 시도”
리셴룽 “터무니 없는 주장…가족 내 의견 차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둘째 줄 가운데) 등 리콴유 전 총리의 가족이 2015년 3월29일 리콴유의 국장에서 영정을 들고 장례식장인 싱가포르국립대로 들어서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둘째 줄 가운데) 등 리콴유 전 총리의 가족이 2015년 3월29일 리콴유의 국장에서 영정을 들고 장례식장인 싱가포르국립대로 들어서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의 자식들 간 ‘형제의 난’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들은 14일 리콴유 전 총리의 딸 리웨이링(62) 국립신경과학연구소 자문과 둘째 아들 리셴양(60) 싱가포르민간항공국 회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6쪽짜리 성명을 내어, 리 전 총리의 큰아들인 리셴룽(65) 총리가 정부기구를 이용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며 안전에 위협을 느껴 싱가포르를 떠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리셴룽 총리가 아들 리홍이(30)에게 권력을 넘겨주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2015년 3월23일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우리는 리셴룽이 자신의 지위와 싱가포르 정부 및 정부기구에 미치는 영향력을 악용해 자신의 개인적 의제를 추구하는 데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도처에 ‘빅 브러더’가 있다고 느낀다. 리셴양이 싱가포르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매우 불안하고 밀착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리셴룽을 형제로서도 지도자로서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리셴룽과 그의 부인은 그들의 아들 리홍이를 위한 정치적 야망을 품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리셴룽 총리의 부인 호칭(64)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의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리홍이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뒤 싱가포르 군대에서 6년 가까이 복무했다. 리홍이는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감동적인 추도사를 해 주목을 받았고, 이후 차기 지도자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리셴양은 이날 성명에서 “조만간 싱가포르를 떠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 나는 떠날 마음이 없다. 리셴룽이 내가 떠나는 유일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어디로 갈 것인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 리콴유(왼쪽) 전 싱가포르 총리와 그의 큰아들 리셴룽(오른쪽) 싱가포르 총리. 싱가포르/AP 연합뉴스
고 리콴유(왼쪽) 전 싱가포르 총리와 그의 큰아들 리셴룽(오른쪽) 싱가포르 총리. 싱가포르/AP 연합뉴스
리콴유 전 총리 자식들의 내분은 지난해 4월 리웨이링이 페이스북에 오빠인 리셴룽이 권력을 남용하고 ‘왕조’를 구축하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리셴룽은 아버지의 후계자인 고촉통 전 총리의 뒤를 이어 2004년 총리에 취임했다.

성명이 나온 뒤 리셴룽 총리는 반박 성명을 내 “그들(동생들)이 유감스러운 주장을 해 매우 슬프다. 나와 내 부인은 특히, 아들을 위해 정치적 야망을 품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형제들 간에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의견 차이는 가족 내에 머물러야 한다. 내 형제들의 성명은 아버지의 유산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양쪽은 서로 아버지의 유산을 훼손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가운데는 아버지가 남긴 유언이 자리잡고 있다. 2015년 3월 숨진 리콴유 전 총리는 평소 “내가 죽거든 집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고 헐어버리라”고 했다. 리셴양 등은 리셴룽 총리가 아버지의 유언에 따르지 않고 집을 보존해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리셴룽 총리는 자신은 아버지의 집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며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리콴유 전 총리의 집은 싱가포르의 중심가 오처드 로드에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플린더스대의 마이클 바 교수는 “리콴유 집안은 전문성과 계획성, 반부패 등 ‘싱가포르 모델’과 동일시돼 왔다”며 “싱가포르에서 리콴유 가문의 명성이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가족 내 분쟁도 더 신랄해졌다”고 짚었다.

‘싱가포르 모델’은 정치·사회적 자유를 제한하되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 성장과 사회 관리로 합법성을 유지해온 개발독재 모델이다. 리콴유 자손들은 ‘국부 리콴유’의 명성에 힘입어 싱가포르의 정계와 재계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지만 형제들 간 분쟁으로 가문과 ‘싱가포르 모델’의 명성이 함께 빛이 바래고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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