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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시공 부실인가 천재지변 탓인가…라오스 댐 붕괴 대형 참사 우려

등록 2018-07-24 22:03수정 2018-07-24 22:13

아타푸주 세피안 세남노이 수력발전소
시공사 SK건설 “며칠간 천재지변 수준 폭우”
라오스 정부의 야심찬 수력발전 계획 일환
“아시아의 배터리 되겠다” 메콩강 개발 박차
NGO에선 “기후변화 심각성 반영 못한다” 우려
세피안 세 남노이 수력발전소 전경. 세피안 세 남노이 공식 누리집 갈무리
세피안 세 남노이 수력발전소 전경. 세피안 세 남노이 공식 누리집 갈무리
라오스에서 댐 붕괴라는 매우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라오스 통신>은 세피안 세남노이댐의 보조댐 붕괴로 24일 현재 여러 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고 수백명이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라오스 정부와 시공사 에스케이건설 쪽은 헬리콥터와 보트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하류 마을들이 지붕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흙탕물에 잠기고, 일부 주민들은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인 점을 보면 인명 참사 규모가 커질 개연성이 있다. 현지시각으로 저녁 8시께 댐이 무너졌기 때문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댐 붕괴로 쏟아진 물의 양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200만개분에 해당할 정도라고 전했다.

24일 흙탕물에 잠긴 댐 하류 마을 집들이 지붕만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24일 흙탕물에 잠긴 댐 하류 마을 집들이 지붕만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현지 언론과 시공사인 에스케건설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지에는 며칠째 폭우가 쏟아졌다. 튼튼하지 못하게 지은 댐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붕괴했거나, 저수 용량을 초과할 정도의 강우 유입으로 범람하면서 붕괴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에스케이건설 관계자는 “며칠간 천재지변 수준의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무너진 댐은 1600m 길이의 본댐에 딸린 5개의 보조댐 가운데 하나다.

세피안 세남노이댐은 한국 기업들과 라오스 국영기업이 합작법인을 만들어 추진했고, 타이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시공을 맡은 에스케이건설이 24%의 지분을 갖고 있고, 운영·유지를 담당하는 한국서부발전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댐은 라오스 정부가 메콩강과 그 지류의 방대한 수자원을 이용해 야심차게 추진하는 개발 계획의 일환이다.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라오스는 “아시아의 배터리”가 되겠다며 수력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를 주력 수출 상품으로 선정했다. 원조를 받아 댐을 만들고 전기를 생산해 인근 타이 등에 판매하는 식이다. 라오스에는 39개의 수력발전소가 있고, 53개 이상의 발전소가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이 마련된 상태다. 라오스는 수력발전으로 얻은 전기의 3분의 2를 수출하며, 이는 전체 수출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세피안 세남노이댐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90%는 타이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막개발’과 환경·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아왔다. 현지 환경단체들은 댐 계획이 반환경적, 반인권적이란 이유로 우려를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2013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유상원조(EDCF) 사업의 하나인 이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공 또는 설계에 잘못이 있었는지가 앞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 쪽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폭우의 양상이 사뭇 달라지는데도 메콩강 유역 등의 개발 사업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인터내셔널 리버스’는 이번 사고는 강 개발 사업의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기후 변화로 라오스에서는 예측 불가능하고 극단적인 날씨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충분한 사전 경보로 주변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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