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7일(현지시각)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쪽에서 “아프간을 버린 것처럼 대만도 버릴 것”이란 주장을 내놓자, 미국 쪽에선 “아프간과 대만은 전혀 다르다”며 맞받았다.
18일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대만과 아프간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맥락도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과 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의지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신성불가침한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의지와 마찬가지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군 철수로 탈레반이 아프간 정국을 장악한 것과 관련해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아프간 철수는 미국이 동맹에 대한 고려 없이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대만은 아프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만관계법’을 새삼 강조했다. 미-중 수교 직후인 19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은 “대만이 ‘방어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를 공급한다. 무력 또는 기타의 강압적 방식으로 대만인의 안보와 사회·경제제도를 위협하는 것에 맞설 대항력을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와 중국의 선전선동에 노출된 각국 우방들에게 전하는 미국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쪽은 연일 아프간 상황과 관련해 ‘미국의 실패’를 비난하고 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프간에서 미국의 임무는 ‘국가 재건’이 아니었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주장은 옳다”며 “미국의 역할은 파괴였지 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테러방지란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했지만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테러단체는 한자릿수에서 20개 이상으로 늘었다”며 “미국이 진지한 성찰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이름으로 다른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내정 간섭과 무력 개입을 중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치 사설에서 “미국은 미-중 관계에 대해 경쟁해야 할 때는 경쟁하고, 협력이 필요한 때는 협력하고, 적대해야 할 때는 적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협력은 상호 이익에 기초해야 한다. (아프간을 비롯한) 범중동 지역 정책과 관련한 미-중 협력은 전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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