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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아편 최대 생산국’ 아프간 정세 불안에 미국·유럽 ‘골머리’

등록 2021-08-25 16:38수정 2021-08-26 02:47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 아프간
메스암페타민 생산량도 급증세
탈레반 마약류 단속 약속했지만
제재·불안 이어지면 이행 어려워
마약-테러-유혈 악순환 재현될 수도
지난 22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차만에서 짐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국경 넘어 아프간으로 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차만/신화 연합뉴스
지난 22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차만에서 짐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국경 넘어 아프간으로 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차만/신화 연합뉴스

탈레반의 카불 입성 이후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국가는 물론 유럽 각국에서도 아프간 산 마약류 유입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세 불안 가중 속 늘어난 마약 밀매 자금이 테러조직으로 유입되면서 대규모 유혈 사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는 탓이다.

유엔 마약범죄국(UNODC)이 지난 6월 펴낸 최신 보고서를 보면, 2015~2019년 아프간은 헤로인·모르핀 등 마약류의 원료 물질인 아편의 최대 생산국이다. 전세계 아편 생산량의 83%가 아프간에서 재배한 양귀비에서 나왔다. 2020년 아프간의 양귀비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37%가 늘어난 22만4천ha를 기록했다. 10년 전과 견줘 80%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19년을 기준으로 아편 생산을 통해 아프간이 거둔 수익은 12억달러에서 21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11%에 해당한다.

아편뿐 아니다. <알자지라>는 25일 “최근 4년여에 걸쳐 아프간에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하 메스) 생산량이 급격히 늘면서, 일부 지역에선 아편 생산량을 추월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11월 유럽 약물·약물중독 감시센터(EMDCCA)가 펴낸 자료 내용을 따 “지난 2013년께 화학물질을 이용해 소규모로 메스 생산이 시작됐는데, ‘반다크’ 또는 ‘오만’이라 불리는 아프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자생 마황에서 메스 생산용 물질(에페데린)을 추출할 수 있게 되면서, 4년여 전부터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에서 생산된 마약류의 최대 유통 경로는 이른바 ‘발칸루트’다. 마약범죄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을 거쳐 터키로 흘러들어간 아프간산 마약류는 발칸반도를 경유해 유럽 각국으로 유입된다”며 “2019년 적발된 불법 마약류의 50%가 이 경로를 거쳤다”고 전했다.

각국의 우려가 커지면서 탈레반 쪽은 이미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을 통해 “과거 우리가 집권했을 때 아프간에선 마약류가 생산되지 못했다. 향후 양귀비 재배를 전면 금지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1990년대 중반 군벌을 물리치고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은 아편용 양귀비 재배농가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재배면적을 줄여나갔다. 이어 2000년 여름엔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가 양귀비 재배를 전면 금지시키는 칙령을 내렸다. 하지만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축출된 탈레반이 ‘군자금’ 마련을 위한 아편 생산을 적극 독려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 시절 “아프간 국내총생산의 절반이 아편을 통한 수익”이란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탈레반으로선 ‘합법 정부’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테러와 함께 마약류 단속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전후 재건·복구에 절실한 국제사회의 원조의 전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향후 정세 불안이 가중된다면, 아프간에서 마약류 생산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군 철수 이후 국제사회의 원조가 끊기고, 제재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상황에선 탈레반이 마약류 단속 약속을 이행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탓이다.

실제 미국은 이미 90억달러 규모의 자국내 아프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시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8일 아프간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잠정 동결하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각)엔 세계은행이 “아프간에 대한 지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아프간의 국내총생산 198억달러 가운데 42.9%가 각국의 원조로 채워졌다.

마약과 테러의 상관관계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프간 전문가인 주융뱌오 중국 란저우대 교수는 25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마약 밀매 조직이 극단적 테러단체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밀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테러조직의 자금줄이 되면,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프간 산 마약류의 또 다른 유통 경로는 파키스탄 국경이다. 안토니오 마리아 코스타 전 유엔 마약범죄국 사무총장(2002~2010년)은 퇴임 직전인 지난 2009년 펴낸 보고서에서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은 마약과 무기 등 온갖 불법이 판을 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FTA)가 됐다”고 꼬집은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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