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장관은 27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긴장을 낮춰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들어 첫 전화 통화를 하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한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당사국들이 냉정을 유지하고 긴장 고조를 피해야 한다는 점엔 동의했지만,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로 세계 안보와 경제가 위태로워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긴장을 낮추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책임 있는 사태 해결 방안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두 외교 수장은 지난해 11월15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화상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략적 위험을 관리하고, 코로나19를 비롯한 공중 보건 문제와 기후변화 등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27일 자료를 내어 우크라이나 사태 등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더 길게 설명했다. 왕 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려면, 독일·프랑스의 중재로 지난 2015년 2월 체결된 (신)민스크 협정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며 “민스크 협정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거쳤으며, 중국은 당시 합의의 방향과 정신에 부합하는 노력은 모두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와 함께 양쪽 모두 “긴장을 고조시키고 위기를 조장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냉정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과 관련해선 러시아의 입장을 두둔했다. 왕 부장은 “한 나라의 안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안보를 해쳐선 안되며, 지역 안보는 군사력을 강화 확장하는 것으로 보장할 수 없다”며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협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유럽 안보체제를 만들고, 러시아의 합리적 안보 우려도 존중·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중 관계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방해를 중단하고,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는 것을 멈추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소그룹’ 결성을 중단하는 게 미국의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화상 회의에서 양국 정상은 ‘상호존중·평화공존·상생협력’을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3원칙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미국의 대중정책 기조는 실질적으로 전혀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잘못된 중국 관련 언행을 쏟아내며 양국 관계에 새로운 충격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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