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현지시각) 워싱턴 의회에서 ‘미국 경쟁법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 하원이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미국 경쟁법안’을 표결·통과시켰다. 대중국 경쟁을 위한 미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외에도 대만과 관련해 구체적인 관계 강화 방안이 대거 포함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6일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 하원은 지난 4일(현지시각) 대중국 정책과 관련한 거의 모든 내용을 포괄하는 ‘미국 경쟁법안’을 찬성 222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앞서 미 상원도 지난해 11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어, 최종 입법을 위해선 양원 병합 심의 및 후속 표결이 필요하다.
법 조문만 2912쪽 분량으로 내용이 방대한 미국 경쟁법안은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경쟁 속에 산업 공급망 관련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등을 뼈대로 한다. 이를테면, 하원은 산업 공급망 관리·유지를 국가안보 문제로 보고 향후 6년 동안 45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반도체와 관련해서도 향후 5년 간 520억달러가 집중 투자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만 관련 조문이다. 법안은 “미국-대만 간 긴밀한 경제·정치·안보 관계 지지 및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대만이 사활적 일부분이란 점을 인식”하는 것을 양자 동반자 관계 강화의 목적이라고 규정했다.
군사적 측면에선 대만의 비대칭 전력 및 자체 방어능력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대만 정책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외교적으론 세계보건총회(WH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대만이 ‘의미있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지하기로 했다. 미국 외에 여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대만의 협력도 촉진하도록 했다.
양자 관계에선 상호 무역·투자를 강화하고, 공급망 개선을 포함한 경제·기술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법안은 특히 “대만을 ‘타이베이’ 또는 ‘중화 타이베이’로 부르지 않고 ‘대만’이라 부르는 것이 미국의 정책 기조”라며 “미국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는 부적절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 발효와 함께 국무장관이 ‘대만 대표처’로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도록 규정했다.
이밖에 법안은 홍콩·티베트·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대응 규정을 마련해놨다. 특히 국무부 내에 ‘신장지역 담당 특사’ 자리를 신설해 인권논란을 포함한 신장관련 사안을 총괄하도록 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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